12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7년 만에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은 처음부터 끝까지 극도의 보안 속에 진행됐다. 당초 북한이 비밀 접촉을 제안했고, 언론에도 회담 내용을 알리지 말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측의 비밀 접촉 요구는 거부했지만, 북측의 회담 비공개 요구는 수용해 기자단 동행 취재를 불허했다.

또 오전 10시 5분부터 오후 11시 35분까지 14시간에 걸쳐 마라톤 회담을 벌이면서 회담 내용에 대해 중간 브리핑을 일절 하지 않았다.

이날 회담을 지켜본 정부 관계자도 극소수였다. 평화의 집에는 동영상 중계시설이 갖춰져 있어 회담장에 있지 않더라도 청와대와 국가안보실, 통일부, 국정원 등 정부 관계자가 모니터를 통해 회담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접촉은 북측의 요구에 따라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뤄져 모니터를 볼 수 있는 사람도 극소수로 제한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평화의 집에서 회담이 진행되면 실시간으로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모니터 중계를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은 합의문이나 공동보도문 발표도 없이 끝났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군사 훈련을 연계해 훈련을 이산가족 상봉 후로 미루라고 주장한 사실도 자정 무렵에야 언론에 알려졌다.

이번에 북한 대표단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문제는 상호 비방·중상 중단과 관련한 남측의 언론 보도였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한 남한 언론의 비판 보도를 북 주민들이 접할 경우 김정은 체제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과거 남북 간 회담 때는 양측이 뚜렷한 합의를 못 하더라도 작별인사하며 악수한 후 헤어졌다. 그러나 이번 북측 대표단은 인사 없이 회담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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