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기간 동안 상봉 행사를 열수 없다고 공식 발표한 가운데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들은 가슴 졸이며 조심스레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북한의 요구와 관련해 "국가 안보를 위한 방어적 성격의 군사연습과 인도주의적 목적의 이산가족 상봉을 연계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물러서지 않아 이산가족 상봉의 난항을 예고했다.

대한적십자사는 관계자는 "상봉 행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부분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우리는 당초 계획대로 상봉 행사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봉대상자들이 한미연합훈련으로 인해 이산가족 상봉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지만 평소와 비교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들은 불안하긴 하지만 놀라울 일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9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취소되는 등 비슷한 일을 수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정희경(80)씨는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날 수 있는지 아직 반신반의한 상태"라며 "선물 사러가는 것도 보류해놨다"고 말했다.

정씨는 "저번 추석 때도 상봉일 4일 전에 (상봉을)무기한 연기하지 않았느냐"며 "이번만큼은 정치·군사 이익을 떠나 인도적으로 해결하기만을 바랄뿐"이라고 강조했다.

여동생 2명을 만날 예정인 문정아(86·여)씨는 "(한미)훈련이랑 이산가족 상봉이랑 왜 연결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가면 가나보다' 하는 상태다. 심적으로 하도 시달려서 골치가 아프다"라고 말했다.

한창호(80)씨는 "이북에서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고 언제 또 취소할지도 모르겠다"며 "지금 상태가 매우 불안하다. 하루하루 가시밭길을 걷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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