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1차 목표는 경제적 실리
張 처형후 對中 경제 교류 타격…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초점

- 南, 평화 정착에 초점
이산 상봉 정례화 등 논의, 北核 문제도 거론할 예정

지난 8일 오후 6시쯤 서해상에서 남북 간 우발적 교전을 막기 위해 설치된 군 통신선을 통해 북한의 통지문 한 장이 들어왔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낸 것으로 '남북 고위급 접촉을 갖자'는 내용이었다. 이날은 토요일로 원래 판문점 연락관 채널이 쉬는 날이었다. 청와대는 이날 밤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의 제안을 이틀간 다각도로 검토했다"고 했다. 정부는 10일 오전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일시·장소·수석대표 등 구체적인 문제를 타진했다. 이후 양측 간 5~6차례 통지문이 오갔다. 11일 오후 남북은 마침내 12일 오전 10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접촉을 갖자는 합의에 이르렀다. 12일은 작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청와대와 국방위 직거래…격(格)도 안 따져

이번 접촉 과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북한 국방위와 청와대가 직접 교섭을 했다는 것이다. 12일 회담도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직할 부서인 통전부가 직접 하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2007년 서해평화협력지대 추진을 위한 고위급 회담에 백종천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이 수석대표로 나간 적이 있지만 청와대가 직접 남북 접촉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공동경비구역 구조도
공동경비구역 구조도

북한이 지난해 6월 고위급 회담 무산 때와 달리 수석대표의 격(格)을 따지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

북한은 원동연 통전부 부부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데 동의했다. 과거 북한이 각종 회담에 앞세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달리 통전부는 실제 남북 관계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원 부부장은 김양건 통전부장에 이어 남북 관계 분야에 명실상부한 2인자로 평가된다.

우리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과 같은 차관급이지만 장관급 회담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남북은 과거 장관급 이상이 참여했던 고위급 회담과 구별하기 위해 이번 회담을 '남북 고위급 접촉'으로 부르기로 했다.

◇북, 금강산 관광 등이 목표

이번 접촉에서 북한의 최우선 목표는 금강산 관광 재개가 될 전망이다. 북한은 2008년 관광객 박왕자씨 총격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전까지 해마다 5000만달러가량 수입을 올려 왔다. 북한은 아울러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내려진 5·24 조치 해제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는 경제·관광 특구에 남측의 투자를 유도하려면 이 조치의 해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북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등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정일 생일 앞두고… 사진전 찾은 北 주민들… 김정일 생일(16일)을 닷새 앞둔 11일 북한 주민들이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정일의 생전 사진을 보고 있다. /AP·뉴시스
김정일 생일 앞두고… 사진전 찾은 北 주민들… 김정일 생일(16일)을 닷새 앞둔 11일 북한 주민들이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정일의 생전 사진을 보고 있다. /AP·뉴시스

북한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 남한을 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3차 핵실험 이후 '혈맹'이었던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지난 연말 장성택 처형 사건이 터지면서 북·중 경제 교류마저 타격을 입었다. 따라서 중국 의존이 심각한 북한 경제는 올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으로선 경제와 외교 양면에서 모두 돌파구가 필요한 처지다. 또 상호 비방 및 한·미 연합 훈련 중지 등 '중대 제안'의 수용도 거듭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남, "북핵 문제도 거론 가능"

우리 정부는이산 상봉 정례화 등 평화 정착 과제를 주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 핵 문제도 거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북한 핵 문제는 북·미 대화 테이블에서 논의될 사안으로 여겨져 왔다. 이 관계자는 "현재 미국의 외교 우선순위에서 북한 핵 문제는 뒤로 밀려 있고 당분간 북·미 대화가 진행되기 어려운 만큼 우리가 나서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전격 성사되면서 양측 간에 사전 비밀 접촉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판문점과 군 통신선 등 정상적인 채널을 통해 협의했다"며 "별도의 채널을 통한 비밀 접촉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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