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식량 지원 여부가 남북 관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북은 최근 오는 20~25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로 합의하면서 '이산 상봉 행사가 끝나는 대로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계속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후속 회담에서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다루겠다고 했지만 대북 식량 지원 문제도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도 6일 외교·통일·국방부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굶주림에 고통받는 북한 주민의 삶에 우리가 보다 깊이 다가가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노력도 펼쳐야 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국방위는 6일 한·미 훈련이 계속되거나 '최고 존엄'을 헐뜯으면 이산 상봉 합의를 재고(再考)할 수 있을 것처럼 위협했다. 그러나 실제 행동으로 나서기엔 북의 부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대북 식량 지원은 2008년 이후 중단됐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도 최근 북한 내에서 운영해 온 영양과자 공장 5곳을 폐쇄하기로 했다. 북한을 돕겠다는 국제사회의 손길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만든 국제 구호 기금조차 "북한은 믿을 수 없다"며 지원 대상에서 빼놓고 있다. 모두가 북의 핵폭탄·미사일 개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같은 대형 도발 때문이다.

핵폭탄으로 위협하는 상대에게 식량을 지원한다는 것은 큰 딜레마다. 그러나 북한 동포의 참상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다. 2011년 조사에서 만 11세 남한 남자 아이는 평균 신장이 144㎝, 몸무게 39㎏이었지만 북한 아이는 125㎝, 23㎏에 불과했다. 북한 어린이의 28%가 만성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방치하면 통일 이후에도 북한 주민들이 '2등 국민'이 되면서 두고두고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매년 수십만t씩 북한에 식량·비료를 지원했지만 북 주민의 기아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았고, 북 체제의 내성(耐性)만 키워 놓았다. 도발을 멈추지도 않았다. 대규모 식량과 비료를 북에 그대로 건네는 것은 북의 기득권층과 군부(軍部)의 배를 불릴 뿐이다. 유아·청소년·여성·노약자 등 취약층에게 초점을 둔 '맞춤형 지원 전략'을 세우고, 차츰 지원 규모와 방식을 넓혀가는 점증적·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북이 군량미로 빼돌릴 수 없는 영양과자 같은 식품을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든 결과적으로 북의 정권과 군부를 돕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북한 주민들과 아이들이 허기를 채우고 남쪽에서 불어온 따뜻한 바람을 가슴속에 담게 된다면 우리는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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