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회장 신년 간담회… "中企, 개성공단 만족도 높아"
정부 "검토된 바 없어… 5·24 對北제재 조치 해제가 관건"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59·사진) 회장이 북한에 제2개성공단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회장은 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제2개성공단 조성에 적합한 지역으로 해주나 남포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북한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경제특구 개발 정책과 맞물려 경색된 남북 관계를 여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해주·남포에 제2개성공단 추진"

김 회장은 제2개성공단의 필요성에 대해 "개성공단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만족도가 높고 남북 협력에 이산가족 상봉만큼이나 공단 조성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며 "최근 동남아시아 지역 인건비가 많이 올라 약 2000개 중소기업이 개성공단 입주 대기 상태"라고 설명했다.

중기중앙회가 당초 제2개성공단 후보 지역으로 검토한 곳은 북·러 국경 인근의 나진·선봉 경제특구였다. 중기중앙회는 지난해부터 나진·선봉 특구 내에 100만평 규모 중소기업 전용 공단 개발 계획을 세우고 국내 한 대학에 연구 용역을 맡겨 가능성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측과도 이 계획에 대해 간접적인 교감이 있었다고 김 회장은 전했다. 김 회장은 그러나 "나진·선봉은 중국에서 전기를 끌어다 써야 해 전기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배를 통해야만 물류 이동이 가능한 것도 단점으로 꼽혔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검토한 것이 황해도 해주와 남포특별시다. 해주와 남포는 개성에서 각각 50㎞·130㎞ 떨어져 있어 개성공단에서 전기를 끌어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생산한 물건을 육로로 나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개성은 가용 노동력이 5만4000여명에 불과해 추가로 기업이 입주하려 해도 할 수 없다"며 "해주와 남포는 인력이 풍부해 공단이 들어서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다만 "해주에는 북한 해군 병력이 몰려 있어 북측이 원치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정부 "검토한 적 없어"… 5·24조치가 관건

중기중앙회 측이 제2개성공단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사전 교감이나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제2개성공단과 관련해 중기중앙회로부터 어떤 협의 요청도 받은 적이 없고 정부 내부에서도 전혀 검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2개성공단은 남북 관계 진전으로 5·24조치가 해제되기 전에는 불가능한 얘기"라고 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내려진 5·24 대북 제재는 북한에 대한 우리 기업의 신규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개성공단 내 2차 단지 부지도 추가 공장 건설이 이뤄지지 못한 채 공터로 남아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제2개성공단은 중국·인도·베트남 등에 진출했다가 규제 강화나 임금 상승 등의 이유로 유턴하는 기업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00년대 초 개성공단을 만들 때도 현대아산이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이지 정부가 처음부터 개입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중기중앙회 차원에서 먼저 일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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