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학생들 외부와는 단절"
韓·美단체 지원 2010년 開校

영국 BBC방송이 3일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북한의 유일한 사립학교인 평양과학기술대학을 보도했다.

평양과기대는 한국과 미국의 기독교 자선단체가 350억원을 지원해 지난 2010년 문을 열었다. BBC는 "학생 500여명은 북한 정권이 엄선한 고위층 자녀로 앞으로 북한을 이끌 엘리트"라고 소개했다.

수업에선 '자유시장' 개념도 가르쳤다. 경영학을 강의하는 콜린 맥컬로치 교수는 "모든 물자를 국가가 통제하는 북한에서 학생들은 시장이라는 말을 낯설어했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직접 가상의 회사를 설립하고 수익을 내는 실습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맥컬로치 교수는 "북한 지도부들이 외부 세계와 교류해야 할 필요성을 알게 될 것으로 믿는다"며 "현대사회에서 완전한 폐쇄 경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반미(反美) 의식이 뿌리 박힌 학생들에게 일부 변화가 엿보였다. 한 학생은 "처음에는 미국인을 대하는 게 불편했지만 지금은 미국인과 미국 정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모든 나라와 좋은 관계를 맺길 원한다"고 했다. 교정을 행진하는 학생들은 "목숨 바쳐 김정은 최고사령관을 보위하자"는 노래를 불렀다. 한 1학년 학생은 "우리의 위대한 영도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나타내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고 했다.

이 대학은 '국제사회와 교류 협력을 위한 기술 연마'를 공식 목표로 내세우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았다. 한 강의실에서 취재진이 "미국의 유명 가수 마이클 잭슨을 아는 사람 손을 들어보라"고 요청했지만 학생들은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학생들은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여성 그룹 '모란봉악단'을 가장 좋아한다고 답했다.

대학 컴퓨터실에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지만 검열로 인해 이메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국제 뉴스 접속은 불가능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의 그레그 스칼라추는 "학생들이 북한 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가 가장 큰 의문"이라고 했다.

대학을 후원하는 데이비드 앨튼 영국 상원 의원은 "평양과기대가 북한을 변화시키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