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 위태롭다'는 주장 20년 됐지만...
시진핑 외교전략 바뀌는 올해는 한국에 '기회이자 위기'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북한 정권 불안하다.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고 주장하는 전문가와 탈북자들이 있다. 이들은 한국의 대통령만 바뀌면, 또 장성택 처형 처럼 무슨 일만 터지면, "북한 정권 오래가지 못한다"고 떠든다. 이들은 이런 주장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며 그런 주장을 반복해 한국사회에서 살아간다.

 대통령의 귀를 잡은 이들은 대통령에게 끊임없이 "북한은 곧 무너진다"는 정보를 주입한다. 이들의 세뇌로 북한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을 상실한 대통령은 "통일이 머지 않다"는 주장을 펴게된다. 2011년 6월 21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김현욱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느닷없이 "대한민국 통일은 아마 도둑같이 올 것이다. 도둑이 뭐냐. 한밤중에 그렇게 올 수 있으니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북한의 현실로 볼 때 그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만약 이명박의 말이 옳았다면 그해 12월17일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북한에 큰 혼란이 오거나 김정은 정권이 무너졌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 그럴 징후도 안보인다. 이런 잘못된 정보에 기초하여 북한을 보던 이명박은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지도 않는 '통일세'라는 것을 꺼집어냈다가 슬며시 집어넣었고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통일항아리'를 만드는 쇼를 벌였다. 지금 그 항아리는 어디에 갔나?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정보-국방 계통의 측근 인물들 중에는 여전히 '북한 붕괴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적지않고 그들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장성택 사건 자체가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한다. 박 대통령 역시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급변 사태 가능성과 관련, "장성택 처형을 보며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북한의 실상에 대해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을 것"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될 것인고 어떤 행동으로 나올 것인지는 세계 어느 누구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논리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장성택 사건이 곧 북한 급변사태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북한 불안정론'이 위험한 것은, 그것이 북한에 대한 한국 국민의 판단을 흐리고 정부의 대북정책을 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일성 사망 이후 20년 동안 한국 정부가 오지도 않을 '북한 붕괴'란 '홍시'가 저절로 떨어지길 기다리며 입을 벌리고 있는 사이,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강화해 한국에 대한 압도적 군사력 우위를 확보했다. 북한은 이제 주한미군만 빠지면 언제든지 서울을 점령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추었다. 작년 11월5일 국방정보본부 국정감사에서 정보본부장은 "남북한이 1대1로 붙으면 한국이 진다"고 말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북한보다 국방비를 매년 30배 이상 많이 써온 우리 국방부가 재래식 무기로만 싸워도 북한에 진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핵무기까지 감안하면 남북한 군사력 격차는 이제 말할 필요조차 없어졌다. 북한 정권이 위태로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의 안보가 위태로운 지경에 빠진 것이다.

 

<김정은과 이설주>
<김정은과 이설주>
한국의 대북전략은 이런 냉엄한 현실 인식 위에서 한미동맹과 함께 자주국방력을 키우는데서 출발해야 하는데도, '북한 붕괴론자들'은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이 커졌다며 통일이 그저 올 것처럼 초점을 흐리고 국민을 오도한다. 이들은 스스로 나라를 위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나라의 위기를 자초하는 무리들이다.

 이런 주장을 펴는 인물들은 크게 두 부류다. 하나는 소위 북한 전문가라는 집단이다.  이들은 김일성이 죽었을 때 김정일 정권이 길어야 4~5년 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김정일 사망 이후데도 똑같은 주장을 폈지만 지금 김정은 정권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이들은 이런 주장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입지를 만들고 정권에서 한자리 할 기회를 노린다.또 하나의 부류는 일부 탈북자들이다. 이들은 북한을 탈출했기 때문에 북한의 체제변화를 간절히 바란다. 즉 북한이 무너지는 쪽으로 정보를 판단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들은 또 한국에서 처한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정권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보를 가공하는 속성이 있다. 즉 정권 입맛에 맞는 얘기만 하게되는 것이다. 

 최근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재개 같은 대화공세를 펴고 있다. 이는 핵 보유국 지위를 공식화 하면서, 중국 시진핑 정부의 '북한 냉대' 속에 남한의 도움으로 경제난을 타개하고, 국제사회에서 북이 대화에 적극적이란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다. 또 이런 대화제의를 남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향후 무력도발의 책임도 한국에 전가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기도 하다. 의외로 많은 한국내 지식인과 대학생들이 이런 북의 주장에 동조한다.

<출처=jtbc>
<출처=jtbc>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두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첫째 '해바라기성 북한 전문가'들의 주장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들의 '북한 붕괴론'이 무책임하며 근거가 불확실하다는 것은 이미 밝혀졌다. 박 대통령은 주변에 객관적인 전문가들을 두고 균형되고 종합적인 정보를 접해야 한다. 국정원이나 국방부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 박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고, 스위스 방문 때는 "100번 찍어 안넘어간 나무가 101번째 쓰러지면 앞선 100번의 노력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이를 구체화하려면 그에 맞는 전문가를 포진시켜야 한다. 혼자서는 못한다.

 두번째는 북한전문가 뿐만 아니라 중국-러시아 전문가들도 기용해 변화하는 동북아정세 속에서 외교안보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 미일동맹의 강화와 중국의 대국외교는 동북아 정세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이런 점에서 2014년은 한반도의 운명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시진핑 정부가 외교안보의 체스판을 새로 짜는 지금은 한국에 기회이기도 하고 위기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가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중국과 긴밀히 협의하는 체제를 만들지 않으면 앞으로 한반도에 어려움이 닥칠 수도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주변에 중국 전문가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미국만 바라보는 친미파(親美派)들만 득실댄다. 향후 구성될 국가안보실이 공무원이나 군인으로만 채워진다면 출발부더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의 인식변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2014년 정초다. 

[참고/이 글은 기자 개인의 견해이며 회사입장과 무관함]

/출처 - 지해범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장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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