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삐라 살포 중단 등 일단 진정성 증명 단계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북한 반응이 변수


지난달 15일 경기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에서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과 국제인권단체인 인권재단 회원들이 이산가족 상봉 거부 등 북한 정권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대형 풍선을 북쪽으로 날리고 있다. 2014.1.15/뉴스1 © News1 최영호 기자
지난달 15일 경기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에서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과 국제인권단체인 인권재단 회원들이 이산가족 상봉 거부 등 북한 정권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대형 풍선을 북쪽으로 날리고 있다. 2014.1.15/뉴스1 © News1 최영호 기자

북한이 3일 이달 중순 이산가족상봉을 개최하자는 우리측 제안에 "오는 5일 또는 6일 실무회담을 개최하자"고 응답, 이산가족 상봉 행사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의 호응은 넓은 시각에서 볼 때 국방위원회가 지난달 16일 남측에 향해 내놓은 '중대제안'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최근까지 자신들이 제안한 중대제안에 대해 어떤 실천적 조치들을 취하고 있었는지를 되짚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북한의 현 평화 공세가 전략적 위장 전술인지, 주변국과의 관계개선 필요성에서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바라고 있는 것인지, 현 대남유화 자세가 지속성을 띨 수 있는 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북한 정치 구조상 최고 권위기관인 국방위원회를 통해 '중대제안'을 발표했다. 북한은 여기서 △설 명절 계기 상호 비방·중상 중단 △한미군사연습을 포함한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및 서해 5도 주변 자극행위 중지 △미군의 핵무기 반입 금지를 포함한 핵 재난 방지를 위한 상호 조치 등을 제안했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은 설 계기 남북 간 상호 비방·중상 중단으로 해석됐다.

한미군사연습 중단과 미군의 핵무기 반입 금지 등의 경우 북한이 한미에 대해 요구해온 것이어서 사실상 중대제안과 관련한 북한의 '실천'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상 '남북 간 상호 비방·중상 중단'만이 남기 때문이다.

중대 제안에 대해 남측은 한미군사연습 중단을 목표로 한 것으로 규정,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신뢰를 보여라"며 거부입장을 밝혔고, 이에 북한은 공개선한을 통해 "중대제안을 결코 위장 평화공세가 아니다"면서 "우리는 이미 일방적으로 자극이나 비방중상을 전면 중지하는 길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이후 실제로 북한은 최근 대남 전단(삐라) 살포를 최근 일시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3일 "북한의 대남위협 및 대남비방 방송은 최근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고 밝혔다.

또 지난달 중순부터 서부전선 일대의 대남 전단살포 작전 역시 최근까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 등도 최근 미국이 자신들의 평화공세에 대해 위장전술로 판단하고 있다며, 미 당국에 대한 비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남한 정부에 대해선 자신들의 '중대제안'에 호응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전해질 뿐 지난해까지 간헐적으로 이어졌던 박근혜 대통령이나 우리 정부에 대한 원색적 비난은 사라진 상태다.

여기에 북한이 이날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를 위한 남북 간 실무접촉 날짜를 전해온 것은 북한이 중대제안과 관련해 나름의 실천적인 모습을 당분간 이어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힘을 싣어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여전히 이산 상봉 문제와 관련 지난해까지 주장해왔던 금강산관광 문제와의 연계성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 지난달 25일 중대제안을 유엔 안보리 공식문건으로 배포하는 등 국제사회의 신뢰와 지지를 얻으려는 이례적 모습에서도 당분간 북한의 '진정성 공세'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낳는다.

다만 북한이 여전히 남측에 중대제안에 호응해오라고 촉구하고 있는 점은 향후 남북관계의 변수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같은 주장이 사실상 키리졸브 훈련을 축소 또는 중단하라는 요구로 봤을 때, 자신들은 실천적으로 행동했지만 남측이 이에 호응하지 않았다는 논리로 다시금 강경 모드로 선회할 가능성에서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일단 중대제안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어졌다"면서도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빌미로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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