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원칙적으로 수용함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4일 남측에 보낸 전통문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금강산에서 진행하되 날짜는 준비기간을 고려해 설이 지나 날씨가 풀린 다음 남측이 편리한 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에 대해 환영을 표시한 남한 정부는 내달 17~22일 사이에 상봉행사를 갖자는 답신을 북한에 보냈으나 1월 29일 낮까지 입장을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원칙적으로 호응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실제 성사까지는 변수가 적지 않아 북한의 향후 태도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과 금강산 관광문제를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연계시킬 개연성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이 상봉날짜를 늦추어 호응한다 하더라도 이산가족 상봉행사 하나만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쪽으로 선회했다고 믿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많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남측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지난 16일자 ‘중대제안’은 위장 평화공세가 아니라며 불미스러운 모든 과거를 불문에 부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은 북한이 남한의 금강산 관광객 사살 사건을 비롯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대남도발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입니다.

즉, 남한이 바라는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었으니 금강산 관광도 조건 없이 재개하자고 나올 소지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천안함 폭침과 관련하여 남한 정부가 추진해 온 ‘5,24’ 대북제재 조치도 해제하고 경제 협력에 착수하자는 주장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한 국민들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하나의 호도책에 불과합니다. 남북관계가 건전하게 발전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가 선행되고 피해자가 이를 용서하고 관용을 베푸는 교호작용(交互作用)이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의 도발에 의해 50여명의 사람이 죽었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덮어두고 가려한다면 그러한 불미스런 사건은 언제고 또 다시 발생할 것입니다.

또한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수용에도 불구하고 남한이나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의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앞과 뒤가 다른 표리부동한 태도 때문입니다. 김정은은 지난 20일, 테러 전 수행이 가능한 항공육전병 부대의 야간 훈련을 지도했고, 23일에는 특수전 부대인 제11항공저격여단의 훈련을 참관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천안한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 정찰총국장과 김격식 인민군 대장 등 군부 강경파들이 김정은을 수행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계기로 경제적 실리를 요구하다가 자기들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대남도발로 선회하는 양동(陽動) 작전을 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내놓은 ‘중대 제안’이 위장 평화공세가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이려면 이산가족 상봉을 조기에 실시하고 과거 대남도발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 그리고 핵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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