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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빠른 통일' 아닌 '바른 통일'로 가야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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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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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홍 경기대 교수·前 국정원 1차장

1991년 12월 제3차 남북총리회담 참석 차 서울에 온 연형묵 북한 총리는 독일 통일 열기에 젖어 있는 남측 관계자들에게 "조선반도는 독일이 아니다. 독일식의'먹고 먹히는 통일'은 불가능하다"며 "만약 남측이 흡수 통일을 꿈꾸고 있다면 우린 전쟁밖에 없다"고 독설을 독백처럼 내뱉은 적이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김일성도 1994년 봄 서방 언론 인터뷰에서 "우린 안 망해. 절대로 안 망해. 우린 달라"라고 언성을 높이며 체제 유지에 강한 자신감을 표명한 적이 있다. 김정일도 미국과 핵동결에 관한 '제네바 합의문'을 '미제의 항복 문서'로 폄하하였고 우리와 '6·15 공동선언'도 "드디어 남조선의 발목을 잡았다"고 당·정·군 간부들에게 교육시켰다.

이 모두는 통일에 관한 북 지도부의 사고방식이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말해주며 통일 과정이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결코 간단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 헌법이나 당규약은 통일을 '남조선 해방'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민족공동체' 통일관과 상극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가 통일을 명분으로 화해 협력과 인도주의를 내세우면 저들은 체제 안보 논리로 맞서 왔고, 우리가 안보 중요성을 강조하면 저들은 '우리 민족끼리' 통일전선 전략으로 대남 선전·선동을 강화해 왔다.

그래도 이대로 분단 70년을 맞이할 수는 없으며 조만간 평화적인 현상 타파가 있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표현대로 통일이 '대박'인 것은 틀림없지만, 이는 통일 과정을 우리가 순리적으로 주도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북핵 문제가 해결되어 남과 북이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신뢰 기반이 구축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북핵 위협 상황에서 남북 합작을 성급히 시도하거나 북한 급변 사태만 상정해 '빠른 통일'을 추구한다면 통일의 추상적 거대 담론이 국가 안보의 구체적 현실을 왜곡할 염려가 있다. 북 정권도 나름의 급변 대책을 세우고 생존 투쟁을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통일'이 아니라 '바른 통일'이다.

오랜 기간 북 내부를 지켜봐 온 전략 정보전문가들은 북의 핵 도박이 결국 실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실패가 체제의 핵분열 과정으로 치달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장성택이 급작스럽게 제거된 이유 중 하나는 군부가 주도하는 핵무장과 경제개발 병진의 선군(先軍) 노선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있다.

우리는 최선의 경우와 최악의 경우 모두를 상정해 통일을 대비해야 한다. 최선의 경우는 '통일이 미래'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실행 시나리오를 착실히 준비하는 것이고, 최악의 경우는 북 체제의 핵분열 과정에서 우리가 위기 관리 주도권 행사에 시행착오를 겪어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때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에 부활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의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우리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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