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설 지나 날씨 좀 풀린 다음 南측이 편리한 대로 정하라"
정부 "환영… 시기 등 추후 통보"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는 24일 오후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남측 적십자사 총재에게 보낸 통지문에서 "북남 사이의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 행사를 진행하자"고 했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을 18일 만에 수용한 셈이다. 우리 정부는 "환영한다"고 밝혔다.

북한 측은 통지문에서 "상봉 행사는 이미 북남 적십자단체들이 합의하였던 대로 금강산에서 진행하되 날짜는 준비 기간을 고려하여 설이 지나 날씨가 좀 풀린 다음 남측이 편리한 대로 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측은 이어 "기타 문제들에 대하여 판문점 적십자 연락 통로를 통하여 협의 해결하면 될 것"이라며 "남측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한다"고 했다. 북한이 "날씨가 좀 풀린 다음"이라고 한 것으로 볼 때, 상봉 시기는 3월 한·미 키리졸브 훈련이 끝난 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지난해 친척 상봉이 남측의 불미스러운 처사로 중단됐지만 민족 분열의 아픔을 다소나마 덜어주려는 공화국의 입장은 시종일관하다"고 했다. 작년 이산가족 상봉 무산을 남측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북측 제안에 대해 통일부는 "북측이 뒤늦게나마 우리의 제안을 수용한 것을 환영한다"며 "이산가족 상봉 시기와 협의 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들은 추후 통보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상봉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때까지 북한의 자세 변화 가능성을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북한은 작년 추석 때도 상봉 행사 나흘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보류'를 통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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