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대남 위장 평화공세를 강화하고 남한이 이를 강도 높게 비판함으로써,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6일, 국방위원회 중대제안 형식으로 ‘30일부터 남북이 서로 자극하고 비방 중상하는 모든 행위와 상대방에 대한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중지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남측에 요구했습니다. 즉 오는 2월부터 남측에서 실시할 예정인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자기들의 최고 존엄이라고 말하는 김정은에 대한 남측 언론의 비판 중지 그리고 핵 재난을 막기 위한 조치 등을 제안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남한 정부는 “말로만 남북관계를 개선하자면서 자기들이 비방 중상을 계속하는 것은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행태”라며 연례적인 한·미 군사훈련 등은 예정대로 실시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오는 9월 개막하는 2014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 참가 의사를 밝혔습니다.

북한은 올해 들어 불과 16일 사이에 말로는 남북관계를 개선하자면서 실제로 비방 중상을 계속하고 비방 중상을 하지말자고 해놓고 며칠도 되지 않아 비방 중상을 계속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북한이 이와 같이 위장 평화공세를 하는 데는 몇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첫째는 장성택 처형사건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개선에 나설 정도로 북한 권력지도부가 안정됐음을 과시하려는 것입니다. 둘째는 남북 간 비방 중상 중지 등을 요구하는 남한 내 좌파와 친북세력을 의식해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입니다. 셋째는 악화된 북한과 중국관계를 개선하는 데는 자기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제안 내용이 스스로 모순을 범하고 있어 이를 믿을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북한은 이번 제안에서 “유독 남조선의 현 집권자들이 유전으로 체질화된 대결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새해 벽두부터 상서롭지 못하게 놀아대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을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싸잡아 비난한 것입니다. 또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지를 주장했지만 자기들의 동기 군사훈련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핵 재난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조치를 취하자고 제안하면서도 자신들의 핵개발은 민족의 자위적 선택이자 미국의 핵위협 억제수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상호 모순된 억지 논리 이며 궤변에 불과합니다. 현시점에서 북한당국이 보여야할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며 일관성 있는 태도입니다.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실제로 대남비방을 중단하고 과거 천안함, 연평도 사건과 같은 도발 행위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또한 정치, 군사문제와는 무관한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을 아무 조건 없이 실현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극명하게 표시해야할 것입니다.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 참가라는 하나의 이벤트성 행사를 통해 평화 이미지를 심으려는 얄팍한 선정·선동은 설득력이 없음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