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하에서도 북한 당국이 북한에서 ‘한류열풍’의 영향을 막으려는 단속과 처벌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현재 경제력에서 세계 12위 입니다. 한국의 자동차와 전자제품은 남미와 아프리카로부터 미국과 유럽까지 진출 했습니다. 아주 흥미로운 현상은 세계에서 명성을 얻은 한국의 자동차, 전자제품, 반도체, 손전화와 조선 산업뿐만 아니라,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 음악, 연극, 음식과 컴퓨터 게임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중동, 유럽, 남미와 미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 문화 현상을 ‘한류열풍’이라고 합니다.

요즘 세계를 향하고 있는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는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간 USB와 DVD를 통해 북한 사람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류열풍’이 한국의 대성공을 상징하는 흐름이기 때문에 북한정부의 ‘한류열풍’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입니다.

저는 ‘한류열풍’이 북한에서도 인기가 뜨겁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로므니아의 과거 공산독재국가 시절이 생각납니다. 1980년대 당시 로므니아 독재정부는 언론검열을 심하게 한데다 외화를 아끼기 위해 80년대초부터 외국영화 수입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그나마 당시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외국 영화라고는 이미 수십년전에 상영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처럼 흘러간 옛날 영화가 고작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유명한 고전 영화를 보는 것도 재미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오래된 영화이다 보니 보면 볼수록 답답했습니다. 게다가 영화 상영도중 정전이 잦아 영화를 보는 맛도 뚝 끊기곤 했습니다.

그러나 당 고위 간부들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그들은 일반 주민들과 달리 해외 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최신 비디오 테잎을 구입해 새로 나온 외국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로므니아 당국은 일반 주민들이 외국 영화와 뉴스를 몰래 볼까 봐 일반 전자제품 가게에서 비디오 기계를 팔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때문에 비디오 기계를 사려면 암시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으며, 기계 한대 가격이 일반 주민의 2년치 월급에 해당돼 일반 사람들은 살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기발한 생각을 한 장사꾼들은 오히려 이를 돈벌이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그들은 비디오를 암시장에서 산 뒤 불법이긴 하지만 입장료를 받고 자신들의 집에서 외국 영화나 음악을 비디오 테이프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위는 당시 상당히 위험한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로므니아 당국은 공산 정부와 독재자를 비판할까 봐 일반 사람들이 몇 명 씩 같이 모이는 것 자체를 크게 의심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모여서 가끔 비디오를 보곤 했습니다. 저처럼 공산주의 국가에서 살던 젊은이들은 해외 여행을 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외국 영화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해야 했습니다. 부모들은 비밀 경찰한테 걸릴까 봐 가족 말고 아무한테도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친구들끼리 같이 모여 비디오 테잎을 보다가 자연스럽게 로므니아의 낙후된 경제와 정치는 물론 로므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와 그의 치맛바람이 센 아내인 엘레나를 농담 삼아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흔했습니다. 당시 그런 우리를 스스로도 ‘비디오 세대’라고 자랑스럽게 부르기도 했습니다. 바로 당시의 로므니아의 ‘비디오 세대’는 1989년 12월에 혁명을 일으켜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던 로므니아 독재체제를 무너뜨렸습니다.

요즘 북한 당국이 ‘한류 열풍’의 문화 영향을 막기 위해 이를 본격적으로 단속합니다. 21세기 세계 무대에서 성공하려면 북한도 열린 마음으로 세계와의 문화 교류, 특히 같은 민족인 한국과의 교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시대적 흐름입니다. ‘한류열풍’을 통해 남북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동화될 수 있는 시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또는 김정은 정권하에서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국과 바깥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북한의 ‘한류 열풍 세대’도 로므니아의 ‘비디오 세대’처럼 역사적인 역할을 할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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