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 명단이 교환된 지난해 9월, 경기지역 최고령자인 경기도 구리시 김철림(94) 할아버지가 자택 앞에서 적십자사 관계자로부터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명단이 교환된 지난해 9월, 경기지역 최고령자인 경기도 구리시 김철림(94) 할아버지가 자택 앞에서 적십자사 관계자로부터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 정부에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 가운데 3천8백여 명이 지난 해 세상을 떴습니다. 이산가족들의 고령화로 상봉 행사가 시급하지만 남북관계 악화로 최근 3년간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가 운영하는 이산가족 정보 통합시스템에 따르면 1988년부터 지난 해 말까지 등록된 한국 측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모두 12만9천여 명.

이 가운데 지난 해에만 3천841 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로써 전체 신청자의 45%에 이르는 5만7천7백여 명이 세상을 떴고 남은 생존자는 7만1천여 명입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60년 넘게 지난 탓에 이산가족들의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들 신청자 가운데 70살 이상의 비율은 이미 80%를 넘었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현대경제연구원은 상봉 신청자의 사망률과 평균수명을 고려할 때 생존자 가운데 70살 이상은 앞으로 10년 내에 사망하고 20년에서 24년 후면 모두 숨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한 번이라도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을 만나려면 상봉 규모를 크게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매년 상봉 규모를 7천 명 이상으로 늘려야 생존 기간에 모두 한 번쯤 만날 수 있을 것 같고요, 특히 7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10년간 매년 6천 명 이상 상봉을 해야 생애 한 번이라도 상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한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해마다 1천 명 넘게 많을 땐 3천6백 명이 넘는 이산가족들이 상봉을 했지만 지난 2009년과 2010년엔 각각 800여 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2011년 이후 지난 해까지 3년 동안은 아예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측에 설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이 추운 날씨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해 이산가족들은 또 다시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였습니다.

 /출처 - 미국의소리 서울·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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