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시민연합 등, '강제실종협약' 국제회의
"한국, 협약 비준·가입…국제사회 연대 강화해야"

 "북한은 내 아버지의 생사확인과 소재지를 당장 확인하라."

1969년 KAL기 납북 피해자 아들 황인철씨는 북한인권시민연합(NKHR)과 비자발적실종반대아시아연합(AFAD)이 2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개최한 공동 국제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KAL기 사건은 1969년 12월11일 낮 12시25분쯤 승객 등 50명을 태운 강릉발 김포행 국내기가 대관령 상공에서 북한 간첩에 의해 강제로 납치돼 북한으로 끌려간 사건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에 1970년 2월4일 전원 송환을 약속했지만 돌연 약속을 어기고 1970년 2월14일 승객 39명만을 부분송환해 황씨의 아버지를 포함한 11명은 돌아오지 못했다.

황씨는 송환자들의 증언을 빌어 "북으로 끌려가신 아버지는 사상교육시간에 공산주의 이론을 조목조목 반박했다"며 "그리고 어딘가 끌려가 10일간 고문을 당하셨고 정월 초하루인 1970년 1월1일 '가고파' 노래를 부른 후 또다시 어딘가 끌려가셨다"고 말했다.

이어 "44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까지 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은 나의 아버지를 포함해 돌아오지 못한 11인의 생사확인과 소재지를 당장 확인하라"고 촉구했다.

NKHR과 AFAD에 따르면 황씨 사례와 같은 강제실종(국가에 의한 납치) 사례는 현재까지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이를 예방·구제하기 위해선 한국의 강제실종협약 비준·가입 등 국제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채명성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강제실종협약의 비준·가입은 현 시점에도 계속 자행되고 있는 북한의 강제실종 문제에 대한 강력한 경고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또 통일 이후 강제실종 등 반인도범죄의 처벌에 대한 중요한 법적 근거가 될 것이므로 통일을 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강제실종협약의 비준·가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제실종협약은 납북피해 등 강제실종을 방지·처벌하고 피해자 권리를 강화하는 조약이다. 유엔인권위원회의 작업으로 초안이 마련돼 2006년 12월20일 유엔총회에서 채택됐고 2010년 12월23일 발효됐다.

인권위는 2008년 1월30일 강제실종협약의 서명 및 비준·가입을 권고했지만 한국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현재 당사국은 41개국이고 서명국은 93개국이다.

이에 대해 윤현 NKHR 이사장은 "한국국민의 납북 문제의 경우 북한정부가 가해자로 가담한 경우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한국 정부는 납북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해왔고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소장는 "국제사회를 통한 연대가 해당 국가에 대한 압력수단으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국제여론을 환기하고 피해자들의 효과적인 피해 구제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극대화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제회의에는 호르헤 로바요 주한아르헨티나대사 등이 참석했고 인도, 필리핀 등지에서 발생한 강제실종 사례가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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