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천주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바티칸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8월에 서울 방문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며 서울대교구의 염수정 대주교가 추기경으로 임명 되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현재 남한에서 천주교 신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인구의 10%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천주교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영향은 결코 미미한 수준이 아닙니다.

북한주민들은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는 사상적 마약이며, 반동적이라는 교육을 오래전부터 받고 있습니다. 북한 선전 일꾼들은 종교가 착취계급에 의하여 악용된 사상 수단이라고 주장하곤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종교의 역할을 본다면 이러한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먼 거짓선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필자는 종교가 없습니다. 사실상 필자는 천주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종교가 아주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못합니다.

한국 역사를 보면 천주교에 대한 관심은 외국 문화, 근대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직결 되어있습니다. 천주교는 18세기 말부터 조선왕조시대의 한반도에서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천주교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주로 성경을 비롯한 종교 서적뿐만 아니라 물리학, 지리, 외부세계의 지식에 대한 도서를 많이 접했습니다. 그로 인해 당시 진보적인 경향을 띠는 양반, 중인들 가운데 천주교 신자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김일성을 비롯한 북한 공산주의 운동 창시자들은 대부분 기독교나 천주교를 믿는 집안의 자제들이었습니다.

물론 공산주의 운동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들 가운데 기독교나 천주교 신자들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안중근 의사는 이러한 천주교 신자들 중의 하나입니다.

1919년 3.1운동 지도자들도 동학신자들이 많지만 천주교나 기독교를 믿는 지식인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물론 북한에서 소련식 공산당 권위주의 정권이 생긴 후에 천주교와 기독교 신자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1980년대부터 평양에 천주교 성당이 있고 천주교신자들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성당의 미사는 정치 연극에 불과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북한 당국자들이 천주교를 탄압하는 이유는 종교세력이 주체 사상의 정치 독점을 위협하고 인민들에게 대안사상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남한에서 보여지듯 종교세력은 민주화 세력을 많이 도와줄 수 있습니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언론은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의 반동적 성격에 대해서 운운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군사정권시대에 천주교가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을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파업이나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의 단속을 피하여 성당으로 몸을 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북한사람들이 믿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독재시대에도 남한 경찰은 반정부자들이 성당으로 피신해 몸을 숨긴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성당 안으로 절대 들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당시에 김수환 추기경은 민주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를 전혀 믿지 않는 필자 또한 남한에서 천주교가 해온 역사적인 역할을 높이 평가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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