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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시 발언' 조정할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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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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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아인혼
Robert J. Einhorn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전(前) 미국 국방부 차관보

명료성과 모호성은 둘 다 외교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수단들을 쓸 때는 메시지의 의도뿐만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지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메시지가 왜곡돼서 받아들여진다면 조정할 필요가 있다.

부시 대통령은 1월 29일 국정연설에서, 미국은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나라들이 대량살상무기(WMD) 획득에 점점 가까이 가고 있는 상황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 나라들이 WMD를 얻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과, 부시 행정부는 그것을 막는 일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그 메시지는 명료했을 뿐 아니라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한 무기 확산을 어떻게 중단시킬 것인가, 특히 북한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부시의 연설이나 뒤이은 참모들의 언급에서도 모호한 상태로 남아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날 태세가 돼 있음을 거듭 밝힘으로써 포용외교를 펼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거나 군사력을 사용할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았으며, 강한 수사(修辭)들은 과연 진정으로 북한을 포용할 의사가 있는가 하는 의문도 불러일으켰다.
아마도 부시 행정부는 이 같은 모호성을, 미·북 관계 발전의 출발점을 만들기 위한 외교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듯하다.

그 같은 전략 하에서 거칠고 모호한 메시지가 뜻하는 신호는, 미국은 협상 성공의 기대수준을 높게 잡고 있으며, 북한의 과거 협상전략―문제를 일으킨 뒤 그 문제 해결을 위해 보상을 요구하는―을 용인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같은 메시지는 북한에 대해, 만일 북한이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성실한 자세로 협상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미국은 외교적 선택 이외에도 선택방안들이 있음을 알려준다.

물론 현 단계에서는 워싱턴의 강한 표현들이 협상의 전주곡으로 해석돼야 할지, 아니면 부시팀이 북한 정권과는 거래를 할 수 없다고 믿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물론 그 둘 외에, 아직도 부시 행정부가 결정하지 않은 제3의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정말로 북한을 포용하려고 한다면 (또는 적어도 협상을 하나의 대안으로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면), 자신의 메시지가 북한에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북한처럼 고립돼 있고 의심이 많은 정부라면, 부시 행정부의 지금 같은 모호한 자세는 팽팽한 협상의 전주곡으로 간주되기보다는, 오히려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화해불가능할 정도로 적대적이며, 북한의 이익도 감안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의사는 전혀 없는 것 같다는 최악의 우려를 확신시켜줄 것이다. 만약 북한이 그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면, 그들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란 대단히 힘들 것이다.

미국이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청중은 바로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과 국민들이다. 현재로 보면 부시의 메시지는 별로 잘 전달되지 않았다. 한국인들 가운데 북한의 의도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회의(懷疑)에 공감하고 포용정책이 좀더 상호주의적이며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펼쳐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조차도, 부시의 발언은 동맹인 한국의 핵심적 이익에 민감하지 못했고 한반도 안정을 위한 요소들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반감이 널리 퍼져 있다.

만약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전망을 증대시키고 한국인들이 바라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한다면, 자신의 메시지를 좀더 세련시켜야 할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표현의 어조를 낮춰야 한다. 또 북한이 정책에 변화를 가져온다면 미국도 북한의 타당한 우려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어떠한 선택방안도 미리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부시 행정부는 외교적 포용정책이야말로 현재 미·북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길이자 미국이 선호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만약 미국 행정부가 자신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거나 왜곡 전달됐다고 생각한다면, 올바른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부시의 이번 방한보다 더 나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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