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금년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 위한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하자는 남측 제의를 거부했습니다. 북한은 “남측에서 곧 대규모 합동군사 연습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할 수 없으며 상봉을 위해서는 북측이 제기했던 문제들도 같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또 “남측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를 걸고 들고 우리 내부문제까지 왈가왈부했는가 하면 우리가 제기한 원칙적 문제에 대해 핵문제로 동문서답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같은 북측태도는 혈육을 만날 기회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산가족들의 가슴에 또다시 못을 박았습니다.

북한 김정은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지만 북측의 이산가족 상봉 거부로 인해 빈말임이 드러났습니다. 남북한은 이산가족문제를 남북적십자 회담에서 지난 197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40여 년간 논의해 왔습니다. 적십자회담에서 남측은 이산가족 상봉이 인도주의 문제이므로 아무런 조건 없이 즉시 시행하자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반면 북한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한의 반공태세 철폐가 선행되어야 하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중지돼야 한다는 등 정치·군사문제와 연계시켜 왔습니다. 그 후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한 북한은 2000년대 들어 남측으로부터 식량·비료 등 경제지원을 받은 대가로 몇 차례에 걸쳐 소수의 이산가족들을 금강산에서 상봉토록 했습니다.

북한은 이처럼 이산가족문제를 정치·군사문제와 연계시켜온 연장선상에서 경제문제와 본격적으로 연결시키는 전략으로 전환해 온 것입니다. 이번에도 북한은 남측에 보내온 전통문에서 남한의 군사훈련과 박 대통령의 북핵문제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며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군사문제와 연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서는 북측이 제기했던 문제들도 같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기 ‘북측이 제기한 문제’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말하는 것으로써 결국 금강산 관광 재개와 함께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진행하자는 얘기입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재개를 그토록 주장하는 것은 연간 2,000만 달러에 이르는 안정된 현금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측 주장에는 커다란 모순과 함정이 놓여있습니다. 우선 이산가족상봉은 순수한 인도주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무런 조건 없이 추진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금강산 관광재개 사업을 동시에 병행하자는 것은 선량한 시민을 인질로 잡고 몸값을 요구하는 납치범의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인도적 행사를 금강산관광을 통해 들어오는 돈벌이와 연계하는 것은 비인도적인 장삿속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재개를 위해서는 지난 2008년 발생한 남측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마련, 그리고 신변안전을 위한 제도적 보장 장치 마련 등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김정은이 진정 남북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그 첫 단추인 이산가족상봉을 조건 없이 실현한 후 금강산 관광 회담에 호응하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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