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군사훈련 중단도 요구… 정부, 긴급 안보정책회의 소집
전문가들 '위장 평화공세' 분석

TV조선 화면 캡처
TV조선 화면 캡처
북한 국방위원회가 16일 '남조선에 보내는 중대 제안'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1월 30일부터 설 명절을 계기로 서로 자극하고 비방 중상하는 모든 행위를 전면 중지하는 실제적 조치를 취할 것을 남조선 당국에 정식 제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2월 말 실시 예정인 한·미 합동 군사훈련 키리졸브·독수리 연습 중단을 요구하며 "서해 5개 섬을 포함해 지상, 해상, 공중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모든 행위를 전면 중지하자"고 했다.

북한은 마지막으로 "핵 재난을 막기 위한 현실적 조치를 취해 나가자"면서 "이 중대 제안들이 실현되면 흩어진 가족 상봉을 비롯해 북남 관계에서 제기되는 크고 작은 모든 문제가 다 풀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이날 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남재준 국정원장, 김관진 국방·류길재 통일부 장관, 김규현 외교부 1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북한의 의도 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북한의 이번 성명에 대해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앞두고 도발의 명분을 쌓기 위한 전통적인 '위장 평화 공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장성택 숙청 등 내부 불안정 요인으로 대남 도발 능력이 과거보다 약화된 북한이 어쩔 수 없이 '유화 제스처'를 펴는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는 17일 북한 제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우리가 받을 수 없는 내용을 제안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제안을 들어주면 이산가족 상봉도 해줄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명분 축적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현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한·미라는 것을 보여주고 자신들은 평화를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명분을 쌓아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조건으로 이산가족 상봉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남·남 갈등을 노린 전형적인 심리전이란 분석이다. 이산가족 상봉 무산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한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해마다 키리졸브 연습을 중단하라고 해왔지만 이번에는 톤이 훨씬 온건하다"며 "남북 관계를 좀 더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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