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사시 투입되는 중국군 주력 부대인 선양군구(瀋陽軍區)가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 일대에서 병력 10만여명을 동원해 대규모 동계 훈련에 돌입한 가운데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최근 군 장성들에게 “압록강·두만강은 국경이기 전에 전선(戰線)”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자유북한방송이 16일 보도했다.

평양 소식통은 자유북한방송과 전화인터뷰에서 “국경 지역에서의 중국군 대규모훈련과 관련해 그(김정은)가 12일 군 간부들에게 ‘조중(朝中) 국경은 국경이기 전에 전선이다’면서 국경경비를 강화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며 “갑작스러운 ‘전선’이라는 지시에 군 간부들마저 중국과의 관계설정을 아군으로 정해야 할지, 적군으로 정해야 할지 분간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 지시로 국경 지역의 8군단과(평안북도), 9군단(함경북도), 12군단의 43여단(양강도) 군인들이 국경으로 대거 이동해 강도 높은 동계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경 쪽으로 몰려드는 군인의 움직임에 주민도 ‘중국과 전쟁을 하나’라고 의문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북한이 갑자기 ‘전선’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국경 지역 군인의 훈련강도를 높이는 것은 최근 중국 선양군구가 북한과 인접한 백두산 지역에서 병력과 전차를 동원해 동계훈련을 벌린 데 대한 맞대응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지난 시기(김정일 시대) 국경은 ‘제2전선’이라는 표현은 했지만 적과 직접 맞대고 있는 ‘전선’이라는 표현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아마도 중국 군대에게 경고하기 위한 차원으로 내린 지시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 지시에 따라 양강도 삼수군에 2010년 새롭게 조직한 42기계화여단이 처음으로 장갑차를 비롯한 각종 화력기재를 기동하기도 했다”며 “지금 국경 전 지역은 국가안전보위부와 중앙당(노동당)검열그루빠(검열단)에 군인까지 그야말로 초긴장상태에 있어 사람들이 불안해한다”고 덧붙였다.

중국군 선양군구는 10일부터 17일까지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과 헤이룽(黑龍)강 사이 지역에서 10만여명의 병력과 탱크 등 수천대의 대형 군(軍) 장비를 동원, 혹한기 기동력과 지휘·통제 능력을 키우기 위한 종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베이징의 군사 소식통은 “병력 10만여명을 한꺼번에 동원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북한 장성택 처형 이후 불안한 한반도 정세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국은 선양군구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북한의 긴급 사태를 대비하는 듯한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보하이만에서 육·해·공군 5000여명을 동원해 바다를 건너 상륙하는 야간 훈련을 처음 시행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