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한반도통일연구원 연구원
이애란 한반도통일연구원 연구원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밝히면서 통일 논의가 2014년을 여는 핫이슈로 떠올랐다. 이런 흐름에 맞춰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신(新)햇볕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내 경험으로 볼 때 김정은 정권은 김정일 사후 3년 안에 무너져야 한다.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 이후 김정일 정권은 최대의 경제위기와 함께 체제 위기를 겪었다. 3년 사이에 노동당원을 포함한 300만명이 굶어죽는 20세기의 대참사가 일어났다. 당시 북한 전역에서는 북한 정권이 멸망 직전에 왔다는 것을 누구나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김정일 정권이 하루 빨리 망하기를 간절히 기대했다.

1997년 2월 북한 내 김일성 이론서기로 알려진 황장엽 노동당 비서이 탈북하면서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 정권이 멸망직전에 있다는 것을 더욱 더 확신하게 됐다.

전국의 어느 역전을 가봐도 굶주린 꽃제비 아이들이 수백명씩 몰려다녔다. 플랫폼이나 길거리에 굶어죽은 시체가 나뒹굴어도 누구 하나 쳐다보거나 관심을 가지는 이가 없을 정도로 세상은 아비규환이었다. 세 살 난 아이라도 북한이 곧 망할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처럼 세상이 불안하니 가진 자들의 부정 축재는 더 심해졌다. 돈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세상이 바뀔 때를 대비해 엔화나 달러로 바꾸어 보관하는 것은 상식이 됐다.

필자는 1997년 8월16일 미국에 있는 친척의 도움으로 탈북하였지만 처음 탈북 제안을 받았을 당시에는 전혀 탈북을 생각하지 않았다. 북한이 곧 망할 것이고 북한이 망하면 자본주의가 될 것으로 봤다. 그러면 돈이 필요할 것이고, 우리를 탈북시키는 대신 돈이나 많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돈으로 먼저 한 몫 잡아야겠다는 타산이었다.

한국에 와서도 북한 주민들을 위해 김정일이 죽기를 간절히 바랬고 실제로 김정일은 죽었다.

그러나 대한민국과 국제사회는 또다시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을 걱정하며 김정은의 체제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김정은도 집권 초기부터 탈북자를 현장에서 사살하거나 공개 처형하고, 탈북자 가족은 3대를 멸족시키겠다고 공언하면서 체제 안정에 나서고 있다. 끔찍한 살인 숙청을 국가의 정책기조로 내세운 김정은은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까지도 극악무도한 방법으로 공개처형했다.

일부에서는 장성택의 공개처형으로 인해 북한 정권이 불안정해질 것으로 보지만, 표면적으로는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다. 장성택의 공개처형으로 북한 주민들은 더욱 공포에 시달리고 있고, 이러한 공포 분위기가 김정은 측근들의 충성심을 더욱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극심한 공포 속에서 북한 주민들은 비명소리조차 없이 서서히 죽어가게 될 것이다. 이 공포의 제국은 외부의 지원이 없으면 멸망하겠지만 신햇볕정책과 같은 대(對)북한지원으로 긴급 수혈을 받게 되면 더 안정될 것이다. 그것은 한반도의 영원한 분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정은의 나이는 이제 고작 30이다. 이 젊은 독재자가 단기간에 죽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정은 정권이 김일성 따라하기를 통해 김정일 사후 3년 이상 건재하여 안정화된다면 한반도의 통일은 영원히 물 건너 갈 것이고 북한주민들은 정말 지옥보다 더 끔찍한 김정은 독재체제를 살아야 할 것이다.

최근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북한의 길거리에서는 길가는 여성들의 아래 속옷까지 벗기고 항문검사를 할 정도로 단속을 강화하고 있고 주민들을 수탈하는데 혈안이 되었다고 한다.

지난 시기 남한의 햇볕정책을 두고 북한주민들은 “여기(북한)는 20세기 김일성 태양과 21세기 김정일 태양, 자연의 태양까지 3개의 태양이 있고 그중 자연의 태양은 지구의 온난화로 인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그래서 농사도 안 되고 식물도 말라죽고 사람도 말라죽게 생겼는데 왜 남한에서 햇볕까지 보내 더 뜨겁게 만드느냐”고 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자유와 인권이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이다. 북한에 높이 떠서 북한주민들을 괴롭히는 불필요한 태양들을 떼 내어 태평양에 처넣고 비정상적인 북한을 정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승만과 김일성의 남북 대결은 자유민주주의와 평등사회주의의 대결이었고, 그 결과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우리가 통일을 위해 준비할 것은 돈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가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을 가져온다는 확신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와 행복과 풍요를 가져다주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통일의 가장 적합한 시기는 바로 김정일 사후, 김정은 집권 3년 안이다. 김정은 정권이 안정되기 이전에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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