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햇볕정책 중단은 아니다"

민주당이 북한의 핵개발 이후에도 지속해 왔던 '햇볕정책'에 대해 자체 검증과 보완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14일 김한길 대표가 전날 신년 회견에서 "국민 통합적 대북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직후 당 정책 연구소인 민주정책연구원을 중심으로 김대중 정부가 1998년부터 추진했던 햇볕정책의 공과(功過)를 검증하고 북핵(北核) 이후의 새로운 대북 정책에 대한 연구에 착수하기로 했다.

민주정책연구원 변재일 원장은 이날 "과거 햇볕정책은 대북 교류·대화 및 지원을 통해 북한을 개혁·개방의 길로 나오게 하려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북은 핵을 개발했다"며 "상황이 바뀐 이상 대북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당 연구소에 '북핵 이후의 대북 정책'에 대한 연구를 주문했다고 한다. 변 원장은 "햇볕정책이 북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도 북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모든 대북 정책이 검증 대상"이라고 말했다. '햇볕정책 때문에 북이 핵을 개발했다'는 주장이나 햇볕정책의 폐기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변화된 상황을 반영해 햇볕정책을 재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김한길 대표는 자신이 제시한 '국민 통합적 대북 정책'과 '햇볕정책'의 차별성에 대해 "그 당시엔 북한이 핵을 갖췄다는 것이 전제되지 않은 정책이었다. 거기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북의 핵개발이 현실화되고 있어 새로운 사고와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 함정이 격침됐다면 우선적으로 북한을 의심하는 게 국민의 보편적 정서인데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때 민주당은 북을 의심하기보다 우리 정부를 더 의심했다"며 "이런 관성이 쌓이면서 대북 문제에서 국민 눈높이와 멀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새로운 대북·안보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남북문제에서는 정파를 초월해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동북아 정세의 격랑 속에서 우리 발언권과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 요긴할 것”이라고 했다. 또 ‘북한인권민생법’을 추진하는 등 북한 인권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방침이다. 민주당 전략통 인사는 “여당도 안보 문제를 선거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햇볕정책의 변화가 구체적 실행 계획보다는 단순한 구호나 수사(修辭)로 끝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비핵화 해법과 관련, 민주당은 기존 6자회담 외에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남북 교류를 위해 천안함 폭침 이후 시작된 5·24 대북 제재를 해제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화해와 협력을 통해 평화통일로 간다는 원칙에 변화가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새로운 대북 정책이 기존 햇볕정책과 구체적 방안에서는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이 햇볕정책을 중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박용진 당 대변인은 이날 “국민 통합적 대북 정책은 햇볕정책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따라 햇볕정책을 계승·발전시키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