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북한 사람들과 자주 만납니다. 탈북자와 만나는 일도 많고 제3국에 체류하는 북한사람들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남한 정치에 대해서 질문을 하면 여러 가지 의견을 들을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의견이 하나 있습니다. 남한 방송을 보고 남한 신문을 읽은 북한사람들은 대부분 남한 대통령에 대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남한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이렇게 날카로운 비판들을 많이 받으면서 나라를 어떻게 다스릴 수 있냐고 이야기 합니다.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대부분은 남한생활을 좋아합니다.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물질적인 생활도 편리합니다. 뿐만 아니라 탈북자들은 남한 국민들이 즐기는 개인의 자유를 높이 평가합니다. 조직 생활도 하지 않고 아무 때나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은 좋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들도 남한의 민주주의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치적 자유를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남한에 온 이후 정부를 반대하는 대중시위를 많이 보고 언론에서 정부 내외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그들은 이와 같은 비판이 필요 없거나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동안 북한에서는 일심단결만이 튼튼한 국가의 기반이라는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이기에 의견대립과 논쟁이 필수적인 민주주의 정치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민주국가의 기본 원칙은 서로 다른 의견과 사상이 자유롭게 공존할 뿐만 아니라 경쟁할 수 있는 원칙입니다. 이러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비판할 수 없는 인물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남한 사람들은 보수파가 권력을 가진 시대에서 진보파가 청와대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파가 권력을 장악 때, 청와대에 대해 보수경향 언론에서 비판을 많이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것은 국가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사람입니다. 그들은 마음이 너무 깨끗하고 윤리적 문제가 없다고 할 경우에도 인간으로서 착오 또는 실수를 저지를 수 밖에 없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실상은 그들의 마음도 그리 깨끗하지 않고 그들의 도덕도 문제점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실수나 권력악용을 가로막는 장치가 있습니다. 이 장치가 바로 ‘민주주의’입니다.

민주국가에서 권력자들은 공포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이 잘못을 저지른다면 잘못을 얼마 동안 숨기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쉽지 않습니다. 잘못이 노출될 경우 그들은 재판을 받을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며 아주 특별한 경우에는 감옥으로 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잘못된 일을 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그들은 계속 조심스럽게 행동하는데 그 때문에 잘못된 일을 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물론 북한 간부들도 공포가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무섭게 생각하는 것은 인민들이 아니라 최고 권력자와 그의 가족들, 또는 측근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민중이 격노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 최고권력자가 격노할 수 있는 일을 피합니다.

그 때문에 북한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남한의 정치가에 대한 비판은 너무 중요한 정치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도구 때문에 남한과 같은 현대국가는 성공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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