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무당 김금화씨가 여의나루에서 해원(해원)굿 한마당을 베풀고 그 염원을 실은 뗏목을 한강줄기를 따라 북한으로 띄워 보낸 것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난 6월 25일이었다. 분단전쟁으로 중공(중공)을 헤매고 있을 원혼(원혼)들을 달래기 위함이었다. 한데 어제 27일 그 전쟁이 끝나는 휴전일을 맞아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님들의 부토(부토)위에 평화의 새싹이’라는 주제로 진혼예술제가 베풀어졌다. 현대 설치미술과 종묘 제례악, 그리고 현대무용과 고전무용의 초혼(초혼), 진혼무용, 거기에다 인간문화재들의 해원 씻김굿, 성악가·대중가수들의 진혼가곡과 가요가 어우러진 진혼 종합예술제였다.

세상에는 죽으면, 살았던 세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생단절관(사생단절관)의 문명권과 죽어도 연관이 있다는 사생연결관(사생연결관)의 문명권이 있다. 후자의 전형적인 나라가 한국이다. 사람이 죽으면 맨 먼저 고인이 입었던 속곳을 들고 지붕 위에 올라가 흔들어대며 떠나가는 혼을 불러들이는 초혼(초혼)으로 사생이 연결된다. 그리고 살았을 때 제 명대로 못살고 원한을 품고 죽으면 완전히 죽지 못하고 이승과 저승 사이인 중공(중공)을 울며 헤매며 그 한풀이로 해코지를 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 한과 원을 푸는 해원문화가 우리나라처럼 발달한 나라도 없다.역사적으로 배척과 박해를 받아온 한국 무속이 그토록 끈질기게 명맥을 이어온 것도 이 원을 푸는 해원(해원)의 수요 때문이라 해도 대과는 없다. 본풀이 살풀이 고풀이 씻김굿 오구굿 등 무당굿 이름들에서 그것을 감지할 수 있다. 한국춤의 원형이 맺힘을 푸는 동작인 것도 이 해원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두손을 가슴으로부터 위 옆 아래로 휘어젓는 동작이며, 가슴을 죄었다가 하늘을 향하여 두 손을 펴올리는 동작은 가슴에 맺힌 매듭을 풀어 멀리 버리는 동작이다. 소맷자락 길게 하여 너풀거리게 하는 것도 매듭을 풀어 헤치는 동작이며 오른쪽으로 돌다가 다시 왼쪽으로 도는 패턴도 바로 맺힘을 풀어젖히는 동작이다.

세상사람들을 돌아보게 하는 한국의 개성있는 문화로 이 해원문화를 들수 있으며 그 민속 미술·음악·무용 등의 체계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 작은 열매가 진혼예술제였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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