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후 1시, 피켓 들고 서서 시민 700여명 사진 서명 받아
"올해 안에 반드시 법 통과 시켜야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피켓을 든 인지연 대표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에게‘북한인권법 통과 촉구 사진 서명’에 참여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김지호 객원기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피켓을 든 인지연 대표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에게‘북한인권법 통과 촉구 사진 서명’에 참여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김지호 객원기자
"북한인권법이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도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는 북한인권법이 없습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 매일 오후 1시면 피켓을 든 인지연(41)씨가 나타난다. '북한인권법 통과를 위한 모임'(NANK) 대표다. 그녀는 시민들을 향해 외친다. "북한인권법 통과 촉구 서명 운동에 참여해 주세요!"

서명 방식이 독특하다. 길 가던 시민이 동참 의사를 밝히면 인씨는 들고 있던 피켓을 시민에게 건네준 뒤, 피켓을 든 시민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는다. 이른바 '사진 서명'이다. 지난해 9월 30일 시작한 서명 운동은, 7일로 꼭 100일을 맞는다. 그간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진태·심윤조·조명철·황진하 새누리당 의원 등 총 700여명이 참여했다.

왜 하필 '사진 서명'이냐고 묻자, "사진은 서명보다 훨씬 더 본인을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순한 사인(sign)이 사람들 모으기에 더 좋겠지만 사진 서명은 개인 신상이 드러날 각오를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표현하는 것입니다."

인씨는 대학에서 의류직물학을, 대학원에서는 서양 정치사상을 공부했다. 부친은 인보길 뉴데일리 사장이다. 30대 초반만 해도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하며, 북한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다 2006년 우연히 정성산 감독의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보게 됐다. "21세기에 이렇게 처참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니, 그것도 그들이 우리와 같은 민족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죠."

탈북 지원 단체인 '두리하나'에서 봉사 활동을 시작한 게 이 무렵. "말로만 듣던 꽃제비들, 무국적자 아이들을 만났어요. 탈북한 여성이 중국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여자는 북송돼 처형당하고 아이만 한국에 왔지요. 이 아이들에겐 법적으로 한국 국적을 못 준다고 하더라고요. 가여웠어요."

법을 고쳐야 탈북한 아이들이 한국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통일부 등 정부 부처에는 북한 인권 전담 부서가 없었다.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팀에 직원 3명 있는 게 전부였다.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법을 직접 만들고 싶었다. 37세란 나이에 한동대 로스쿨에 입학한 것도 그 때문이다. 로스쿨에선 '북한인권및개발법학회'(LANK)의 회장으로 활동했다. "평소 친분이 있던 강철민 남북대학생총연합 대표가 제의했어요. 작년에 자기들끼리 북한인권법 통과를 위한 1인 릴레이 시위를 했었는데, 학생들끼리만 하다 보니 반향이 적었다고 하더라고요."

인씨는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100일간 총력을 쏟아붓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지난 9월 이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자리에 서서 "북한인권법 통과 촉구 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외쳤다. 간혹 딴죽 거는 행인들 때문에 곤혹스러운 적도 있었다. "한국 인권이나 걱정하라고 쏘아붙이더군요. 그래서 북한도 한국이라고 응수했지요(웃음)."

100일의 강행군을 마무리하는 7일, 인씨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가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들에게 그간 모은 사진 서명을 전달하며 기자회견을 연다. 인씨는 "북한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올해 안에 북한인권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북한 주민 여러분, 통일이 돼 우리가 만나는 그날까지 조금만 더 버텨주시길 바랍니다" 하며 활짝 웃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