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숙청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북한 국영언론들에서 얼마 전까지 확인할 수 있었던 옛날 기사를 볼 수 없게 된 것 또한 그런 변화의 하나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를 수도 있지만 조선중앙통신사와 노동신문은 외국에서 아무 때나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기사를 인터넷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최신기사뿐만 아니라 몇 년 전에 나왔던 기사까지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성택 숙청 사건 이후 조선중앙통신사와 노동신문 웹사이트에 있었던 장성택 관련 기사는 모두 삭제되었습니다.

기사뿐만 아니라 장성택 얼굴이 나온 사진 등이 없어졌고 기록영화까지 장성택이 나오지 않도록 모두 편집했습니다.

장성택뿐만 아니라 작년 여름에 숙청당한 리영호 차수도 비슷합니다. 숙청 직전에 인민군에서 힘이 제일 많은 사람이었던 리영호는 2012년 7월 해임 이후에 북한 언론뿐만 아니라 역사책에서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리영호 차수는 김정일 장례식 때 김정은과 첫 번째 행렬에 나란히 섰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모습을 담았던 사진마저 북한에서는 현재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숙청의 역사는 북한의 특성입니다. 바로 그 특성 때문에 북한과 같은 국가에서는 역사가 없다고 세계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역사적인 사실이나 진실도 최고 권력자의 명령에 따라 완전히 삭제하거나 왜곡할 수 있습니다. 장성택이나 리영호 같은 인물들은 사람의 좋고 나쁜 것을 떠나서 최근 북한 역사에서 너무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인물임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에 대한 언급마저도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에서 역사를 왜곡하려는 세력이 많습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정치세력은 자신의 이익이나 세계관에 맞게 역사진실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역사왜곡도 인민들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진실을 통째로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느 사회에서나 서로 대립하면서 경쟁하는 정치세력들이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역사왜곡을 시도하는 정치세력은 기타 세력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이든 독일이든 러시아이든 우파학자들이 좌파학자들에게서 비판을 받기도 하고 좌파학자들도 우파학자들로부터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진실을 완전히 왜곡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기억에서 지워버리고자 역사진실을 보도하지 않는다 해도 반대파에서 이와 같은 진실을 계속 강조하고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전혀 다릅니다. 북한에서는 서로 대립하는 정치사상세력이 없고 극소수권력자들이 절대통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배계층은 역사에 대해서도 완벽한 통제력을 갖고 있습니다.

최고 권력자는 장성택이나 리영호 같은 숙청해버린 사람들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삭제할 수도 있고 중요한 역사 사건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인물에 대한 언급조차 삭제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실제로는 없었던 거짓사건을 역사의 진실로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북한의 국영 선전매체는 1930년대 김일성 주석이 조선인민혁명군을 거느렸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당시 자료를 보면 조선인민혁명군에 대한 자료가 없습니다. 김일성은 항일무장투쟁을 했지만 중국공산당 무장세력의 군관자격으로 싸웠습니다. 그러나 민족주의와 수령 위대성 선전 때문에 북한측은 이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어 조선인민혁명군을 역사진실로 만들어 냈습니다. 이와 같은 파렴치한 역사왜곡은 북한이 주장하는 역사를 외국에서는 완전히 무시해버리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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