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의 장성택 추종세력을 포함한 반대자들에 대한 숙청과 처형이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해져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장성택 처형 후 김정은 우상화와 1인독재체제 강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장성택 추종세력 숙청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북한 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 근무하던 장성택계 외교관과 무역일꾼들이 북한에 소환된 뒤 돌아오지 못하거나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장성택과 연계된 자들을 한 놈도 놓치지 말고 모조리 찾아내 처벌하라고 지시한 만큼 숙청대상은 엄청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돌이켜보면 1997년 황장엽 망명 후 관계자 2천여 명이 숙청되고 1990년대 후반 이른바 '심화조' 사건때 2만여 명이 제거됐는데, 이번에는 40년 가까이 권좌에 있었던 장성택의 위상으로 봐 20만 명 정도는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20세기 들어 공포정치와 철권통치를 한 대표적 인물로 히틀러, 스탈린, 모택동, 차우세스쿠, 후세인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쿠는 친분이 두터웠던 김일성으로부터 주체사상에 기초한 통치술을 전수받아 강압적인 공포정치를 하다가 1989년 민중봉기에 의해 부부가 함께 총살형을 당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도 다른 공산권 통치자 못지않게 공포정치를 해왔으나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그보다 더 잔혹하고 폭력적인 야만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작년 8월, '성 문란' 혐의를 받은 은하수관현악단 일부 단원이 김정은의 부인인 리설주를 입에 올렸다가 모두 처참하게 죽음을 당했습니다. 이들은 기관총과 화염방사기로 처형됐는데 그중에는 임산부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같은 기관총 살인극은 장성택과 그의 부하인 리용하, 장수길 등에게도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대중 앞에서 본보기로 공개 처형된 사람이 재작년에는 17명이었는데 작년엔 40여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김정은이 이처럼 공포정치를 하는 것은 유일영도체제 구축이라는 명분하에 사실상 1인 독재체제를 공고히 하려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또한 집권 2년이 되도록 아무런 업적을 내놓지 못한데다 경제가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김정은에게 등을 돌리는 민심과 군부에 대한 홀대로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군심(軍心)을 공포심이라는 수단을 통해 잡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공포정치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입니다.

간부계층이나 주민들이 광란적인 칼날을 피하기 위해 겉으로는 김정은에 대한 충성경쟁과 아첨을 하겠지만 속으로는 김정은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갖고 면종복배하는 현상이 팽배해질 것입니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불만과 분노는 화산처럼 폭발할 것이며 군부도 여기에 가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김정은이 최근 군부대를 잇달아 방문하면서 심지어 초병대회까지 연 것은 이례적인 일로서 뒤집어보면, 북한군부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공포정치는 이밖에도 시장의 비공식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경제적 타격을 주고 반인륜적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각인시킴으로써 고립을 심화시킬 것입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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