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스키장의 낡은 리프트에 타고 있는 김정은 제1비서 /조선중앙TV
마식령스키장의 낡은 리프트에 타고 있는 김정은 제1비서 /조선중앙TV

지난달 31일 개장한 북한의 원산 마식령스키장 곳곳에서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고가의 유럽·캐나다산 장비가 목격됐다.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 엔케이뉴스(NK News)의 채드 오코렐 편집장은 2일 “마식령스키장에서 설치된 눈 자동차(Snowmobile)와 분사식 제설기(snow blower) 등 고가의 장비들은 유엔이 북한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사치품들”이라고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다.

오코렐 편집장은 "마식령 스키장을 소개하는 사진에서 한대에 3만 7000달러인 스웨덴 기업인 아레코 사의 분사식 제설기 최소 7개와 한대에 8만달러에서 11만달러 선인 이탈리아와 독일 기업의 중장비 제설차량 3대, 1만달러 내외인 캐나다 기업의 눈 자동차 등이 발견됐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스위스 연방의회가 유엔 대북제재에 따라 스키장 승강기계인 리프트를 북한에 수출하지 못하는 사치품으로 규정했다”면서 “목격된 장비들도 북한과 거래할 수 없는 사치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코렐 편집장은 “분사식 제설기를 만든 스웨덴 회사의 대표는 1년에 약 40대를 중국에 수출할 뿐 북한과는 거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며 “제설기뿐만 아니라 다른 장비들도 동남아시아나 중국의 제3 중개인을 통해서 북한으로 들여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북한은 마식령스키장을 건설하며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에서 리프트와 케이블카 등 장비를 수입하려 했으나 해당 정부에서 이를 제재하여 장비 구매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9월 유럽 국가의 마식령 스키장 설비 수출 금지 결정에 대해 비난하고 "마식령 스키장은 보란 듯이 세워질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스키장비 전문가들을 인용,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마식령스키장에서 시승한 리프트는 다른 나라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소형 중고품으로 상업용 스키장에는 설치되지 않는 모델"이라며, "이는 북한이 유엔 제재를 피해 여러 방편으로 스키장 장비 구매에 노력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주요 치적사업으로 내세우는 마식령 스키장은 북한의 건설 사업 중 최대 규모로 꼽혀왔다.  

부지 면적 1400만㎡에 스키주로(슬로프) 4면과 대화봉 정상까지 닿는 케이블카와 호텔, 종업원 숙소 등을 갖추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1년만에 완공된 이 스키장에 3억 달러에서 4억 8000만 달러의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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