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자료실 > 탈북자
[기고] 안타까운 '유태준 사건'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2.02.1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김성민
/탈북청년단체 '백두한라회' 회장

작년 초 유태준의 입북과 처형설이 퍼지고, 조선일보가 이를 보도하면서 우리 탈북 동료들은 얼마나 가슴을 쥐어뜯었는지 모른다. 이어 언론과 민간단체들의 유태준 진상규명을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볼 수 있었다.

그 후 북한이 두 차례 방송을 통해 그의 기자회견을 내보냈고, 이어 국내 한 TV가 그의 북에서 한 기자회견 장면을 방영했을 때 우리는 몹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살아있다는 사실 못지 않게 북한 정권이 한국 언론과 민간단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하고 있다는 사실, 그에 맞물려 사건이 돌아가고 있는 현실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나도 겪은 바 있지만 북한 보위부의 심문과 인간성 소멸작업은 잔악하다. 그곳에서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고, 없는 사실도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만 대화가 이루어진다. 그런 사자굴이었기에 유태준이 북한에서 기자회견에 나와 자신에 관한 기사를 다룬 남한 신문과 기자, 그리고 남한 정부와 심지어 자신의 가족에게까지 입에 담지 못할 소리로 욕설을 했을 때도 우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몇 달 만에 그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그가 돌아와서 "우리 나라(한국)가 고마웠다"고 한 한 마디는 친구들을 감동시켰다. “철이 들어 돌아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보위부 감옥을 탈출했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갸우뚱해지면서도 굳이 따져보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별 생각없이 언론에 한 잘못된 몇 마디가 일파만파를 부르고, 그의 재탈북 자체가 갖는 의미마저 퇴색해버리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당국의 조사 때 모든 걸 정확히 이야기했으면 됐지 언론에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고 한 그의 사후변명은 같은 북한 출신인 나로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북에서 어디 제대로 된 언론을 겪어볼 기회가 있었던가. 남한에 다시 온 지 이틀밖에 안되는 유태준에게 당장 냉철한 남한식 잣대를 갖다 대면서 그의 인격과 신분마저 의심해 버리는 듯한 언론의 보도를 보면서 나 역시 두려움을 느낀다. 아무래도 이곳 사람들은 그를 너그럽게 보아줄 눈치들이 아닌 것 같다.

유태준이 언론에 사실과 다른 말을 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그러나 나는 유태준이 절망하지 않고 이 사회에 다시 적응할 수 있기를 빌면서 격려하고 싶다.

“태준아. 넌 누가 뭐래도 살아서 돌아왔다는 것 자체로 영웅이다. 탈북경위나 아내와의 관계 같은 것이 무슨 대수란 말이냐. 나 역시 그럴 수 있었겠건만 여기 남한 사람들의 정서가 우리와는 조금 다른 것 같구나. 이제라도 사과했으니 다행이다. 언젠가 사람들이 너의 이야기에 다시 귀를 기울일 때 너는 참으로 할 일이 많을 것이다. 너는 빠져나왔지만 아직도 고통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제 네가 뭔가를 해야 되지 않겠느냐? 그 날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  Tel : (02)724-6650,6523  |  E-mail : nkchosun@chosun.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SITE_MANAGER
Copyright © 2013 NK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