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1일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중계된 육성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남조선은 북남 관계 개선으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장성택 처형에 대해서는 "당 안에 배겨 있던 종파 오물(汚物)을 제거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김정은은 작년 신년사에서도 "남과 북의 대결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작년 신년사가 나오기 직전에 온갖 대남 위협을 쏟아냈다. 그러다가 김정은이 직접 남북 대결 해소를 언급하자 당시 출범을 앞둔 박근혜 새 정부를 향한 대화 제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예상은 한 달여 만에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북한은 작년 2월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경고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한반도 상황을 전쟁 직전의 위기로 몰고갔다.

김정은은 작년 말에도 "전쟁은 미리 광고를 내지 않는다"고 위협했다. 그런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또 한 번 남북 관계 개선을 제안했다고 해서 북이 대남 도발에서 대화 노선으로 돌아섰다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작년의 경험에 비춰보면 오히려 정반대일 수 있다.

북한은 지금 어느 때보다 외교적·경제적으로 고립돼 있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 권력과 직접 통하는 인맥마저 끊어졌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몰리면 북한은 종종 대남 도발 카드를 꺼내들곤 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이 북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다짐하고 있는 데다 중국 역시 북한을 무조건 두둔하기 힘든 실정이다. 북은 이런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해 눈을 떠야 한다.

북이 진정 남북 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면 당장 북의 관영 매체와 대남 기관들부터 대한민국을 향한 온갖 비방을 중단함으로써 남북 관계 개선 제안이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니라는 걸 입증해 보일 필요가 있다. 북의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북이 이번엔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대북 정책의 당면 과제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