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통합 때 피해야할 시나리오

남북 통합 시 세계 7위 선진국(G7)으로 갈 수 있다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의 분석 결과는 남북 간 경제통합이 점진적이고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가정하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남북 통합이 급격하게 이뤄지거나 돌발 사건이 발생할 경우 북한 주민에 대한 생계비 지원과 체제 관리 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상당한 통합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는 통일 이후 25년간 북한 1인당 소득이 남한의 25~50%가 되도록 지원할 경우 4000조원 이상의 돈이 들어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북한 급변 사태로 급속히 통합이 되면 남한이 천문학적 통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에서 북한 주민과 남한의 진보층이 연합해 소득 재분배를 중시하는 정권이 들어설 경우 북에 대한 소득·복지 지원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이 새로운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남북 간 갈등이 고조되면 통합 반대 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남북이 서로 '북한 사람은 게으르다''남한 사람은 이익만 밝힌다'고 비난하면서 사회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자본주의화 및 직업 재교육이 지연돼 노동생산성은 정체되고 임금만 올라갈 수 있다. 과거 통독 때도 동독의 산업생산성은 1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럴 경우 북한 기업 및 북한에 투자한 남한 기업이 부실화하고 전반적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통합 과정에서 북 주민이 대거 남한으로 이동하거나 북한 내부에서 유혈 시위가 벌어질 경우 사회·경제적 혼란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통독 과정에서 1대1 화폐 교환과 같은 정책적 실수가 잇따르면 재정 건전성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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