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서도 프로야구처럼 ‘주간 MVP’를 뽑는다면, 지난주 MVP는 단연 김희선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열렬한 김희선 팬이다’ ‘아프리카에서 세미 누드집을 촬영했다’는 기사들이 스포츠지 1면을 장식했다. (김희선 어머니와 출판사 사장에게 누드집에 대해 확인했더니, 그런 일이 전혀 없다고 했다. ) 또한 ‘김희선 영화 ‘비천무’가 2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병원에 입원했는데, 중병일지 모른다. 연예 활동을 중단한다’ 등등 ‘사실’과 ‘설(설)’을 입맛대로 적당히 버무린 김희선 기사들이 없었다면 무얼로 그 넓은 연예면을 메웠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지난 토요일 김희선 몸값을 실감나게 한 행사가 있었다. 인기 가수 A군이 나오는 모금행사가 열렸는데, 초청받은 연예 기자들은 ‘토요일 저녁에 차가 워낙 막혀서’ ‘토요일은 신문사 쉬는 날인데’ ‘나 휴가 가’ 등등 이유를 대며 한명도 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김희선 가는 날은 만사 제껴두고 취재할테니 꼭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김희선을 최고 스타로 꼽는 사람 중 하나다. 많은 기자들도 “희선이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인정한다. ‘토마토’처럼 TV드라마가 처음부터 어느 한 연기자를 위해 ‘맞춤 제작’된 예는 그녀 외에 없다. 얼마전 끝난 ‘팝콘’도 원래 김희선용으로 기획됐었다. 그녀가 출연할 수 없게 되자 부랴부랴 줄거리를 송승헌 중심으로 바꾸고 김규리까지 대타로 투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필자는 드라마 ‘웨딩드레스’ 등 김희선이 여고생 연기자였을 때부터 가까이 지켜봐서 그녀를 잘 안다. ‘그녀만의 특별한 뭔가’는 바로 독특한 성격이다. 그녀는 정말 솔직하고 맺고 끊음이 똑부러진다. 녹화에 지각해도 남들처럼 ‘차가 막혀서’ ‘앞 스케줄이 늦게 끝나서’ 같은 뻔한 핑계를 대지 않는다. 대신 ‘어젯밤 술 펐어요’ ‘늦잠 잤어요’라고 사실대로 말한다. 남자 친구가 생겨도 숨기지 않고, 기자들에게도 “난 좋아하는 여자 친구보다 남자 친구가 더 많다”고 거리낌없이 말한다.

후배 연기자들이 인기 투표하면 항상 1위지만, “혼자 너무 튄다”고 욕도 많이 먹는다. 그래도 개의치 않고 맘 가는데로 행동하는 신세대다. “넌 스타니까 조신하게 남 눈치 보며 살아야 해”라고 말해봐야 들은 척도 않는다. 별별 스캔들로 입방아에 오르면서도, 자기를 키워준 매니저와는 지금껏 작은 잡음 하나 없을 만큼 의리파이기도 하다.

그런 김희선이 지금 병원에 누워있다. 몸도 피곤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성 유언비어 때문에 겪는 고통이 더 크기 때문일지 모른다. 김희선 어머니는 필자에게 목멘 소리로 이렇게 하소연했다. “아무리 재미로 퍼뜨리는 말이라지만 너무합니다. 사람 몸을 갖고 그런 거짓 소문을 낼 수 있나요? 어린 우리 딸이 마음의 감옥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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