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때 6살이던 아들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는지…. ”

부인,아들, 형제 4명 등 총 6명의 생존이 확인된 최태현(최태현·68·원래 나이71·인천시 부평2동)씨는 잠시 감회에 젖었다. 평북 시천군 동창면 석포리 출신인 최씨는14세 때인 지난 44년 두 살 연상인 박태용(73)씨와 결혼, 아들 시영(54)씨를 낳은 뒤 6·25가 터지면서 51년 3월 인민군에 징집됐다. 그는 전선에 투입됐다가 포로가 되었으나 종전 직전 이승만 대통령의 반공포로 석방 때 풀려나 남한에 정착했다. 지난 62년 재혼해 아들 1명을 두고 있어 남북한에 걸쳐 부인·아들 1명씩을 두고 있는 셈. 그는 “명단을 통보받자 지금의 아내가 오히려 더 반가워해 고마웠다”면서 “살아생전에 피붙이를 다시 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있겠느냐”고 했다.

○…부모님은 돌아가고 동기간만 살아 있다는 통보를 받은 정명희(71·여·강원도 동해시 천곡동)씨는 “세상을 떠난 부모님에게 효도 한번 제대로 못해 본 지난 세월이 원통하다”며 그대로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정씨는 1·4후퇴 때 국군으로 신의주까지 왔던 현재의 남편을 따라 21살 나이로 단신 월남, 지난 50여년 동안 북한에 있는 부모와 형제를 그리며 살아왔다고 했다. 그는 “북한 방문단에 포함된다면 신의주에 묻혔을 부모님 묘소에 큰절을 올린 뒤 산소를 부둥켜안고 ‘어머니, 아버지’를 목놓아 부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부인 손옥순(74)씨 및 자녀 최의관(54) 최의실(여·52)씨가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 최경길(최경길·76·경기 평택시 팽성읍)씨는 벌써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4후퇴 때 황해도 사리원에서 가족들과 헤어졌다는 최씨는 남한에서 새로 만난 부인(97년 사망)과의 사이에서 1남1녀를 두었다. 최씨는 “본처가 만약 재가하지 않았다면 여생을 함께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후처와의 사이에 낳은 딸 최미자(44·서울 사당동)씨도 “얼굴도 모르고 어머니도 다르지만 아버님이 북한의 가족들을 꼭 만나셨으면 하는 게 자식된 심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으로 출발하던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에게 동생 사진을 보여주며 “꼭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던 김경회(77)씨는 동생 김건회(68)씨와 조카가 북한에 살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정작 김경회씨는 이번 방북 신청 대상에선 제외됐다. 맏형 김인회(82)씨와 동시에 방북신청을 했으나 김인회씨만 신청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김경회씨는 “우리 삼형제가 같이 만나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하지만 형님만이라도 동생을 꼭 만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춘천=김창우기자cwkim@chosun.com

/인천=최재용기자 jychoi@chosun.com

/최원석기자 ws-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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