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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세습 권력은 위기 때 '폭력의 민낯' 드러낸다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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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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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前 청와대 선임행정관

권력의 작동 방식을 탈구조주의적 시각으로 새롭게 조명했던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Surveiller et punir)'은 루이 15세 암살모의죄로 붙잡힌 다미엥의 처형 장면을 자세히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형벌 장면일 것이다. 왜 루이 15세는 이렇게 잔인한 처벌을 공개적으로 행했을까? 절대 권력에 도전하는 자의 비참한 말로를 보여줌으로써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지난 9일 북한 조선중앙TV는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이 보안부원에 끌려나가는 장면을 방영했다. 지난달에 리룡하와 장수길이 공개 처형당한 터라 '김일성의 사위' 장성택의 몰락은 예견됐지만, 이렇게 적나라하게 확인시켜 줄지는 예상 못 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같은 날 '장성택 일당'이라는 표현을 8번이나 사용한 것을 볼 때, 숙청 작업은 아직도 한참 남은 듯하다.

다시 푸코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런데 절대 권력의 위용을 과시하기 위한 공개 처형에 문제가 생긴다. 죽음을 앞둔 반역죄인이 절대 권력의 부당함을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처형장이 술렁이기 시작한 것이다. 비로소 국민은 그들이 대항해야 할 권력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절대 권력은 난감해하며 숨기 시작한다. 공개적이고 과시적인 권력은 은밀하게 내면화된 감시로 바뀌게 되고, 권력은 다시 안정을 찾는다.

다시 북한 상황. 공개 처형과 숙청 소식을 접하며 북한 주민들은 세습 권력의 강력함과 비정함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절대 권력에 대한 충성만이 살길이라고 되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이 어려워질수록 그 원인이 '세습된 절대 권력'에 있음을 자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권력은 위기에 봉착할 때 물리적 폭력의 민낯을 드러낸다고 했다. 지금 북한의 세습 권력이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민족적 상황의 도래에 대비해야 한다. 한반도의 미래를 좌우할 북한의 변화 징후들을 냉정하고 치밀하게 추적해야 한다. 북한이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변화되도록 공개·비공개 정책들을 기획하고, 추진해야 한다. 또 그렇게 하고 있으리라 국민은 믿고 있다. 이는 '그날'에 판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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