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퍼 北주재 독일 대사
"張 실각 후 김정은 영향력, 확대 아닌 축소될 가능성 커… 北지도부 분열 계속될 전망"

 
 
토마스 셰퍼<사진> 북한 주재 독일 대사가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 이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셰퍼 대사는 10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독·한 협회 주최 강연에서 "장성택 실각이 김정은의 권력을 강화하는 조치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판"이라며 "북한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김정은이 권력 싸움에서 밀렸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셰퍼 대사는 지난 2007~2010년 북한 대사를 지내고, 지난 6월 다시 북한 대사에 자원해 근무 중이다. 그는 장성택 실각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달 평양을 떠나 독일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그는 "김정은은 분명히 주변 군부에 (장성택의 축출을) 강요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북한에서 김정은의 입지는 매우 좁다"며 "권력층은 물론 일반 주민도 김정은에게 실망하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을 '충실한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이 권력에 대한 의지가 강할까"라며 "나는 김정은이 자기 권력 체제의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북한 지도부는 힘이 매우 약화돼 있고 앞으로도 계속 분열할 것"이라며 "경제 개방 등을 통한 대외 관계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며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개발 성공에 이어 (핵무기) 수출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1일자에서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들이 장성택 숙청 소식을 접하고 김정은에게 충성을 결의했다는 사진을 게재했다. /노동신문
북한 노동신문은 11일자에서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들이 장성택 숙청 소식을 접하고 김정은에게 충성을 결의했다는 사진을 게재했다. /노동신문

셰퍼 대사는 북한의 1인 독재체제는 사실상 김정일 정권 말기부터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김정일이 대단한 독재자였다고 하지만, 김정일조차 단독으로 결정한 사안은 없다"며 "김정일의 정책이 강경 노선과 온건 노선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이유는 내부에서 논쟁과 권력 싸움이 있었고, 김정일이 이들의 서로 다른 노선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또 "김정일이 사망하기 전인 2008년 여름부터 김정일을 중심으로 몰렸던 권력층이 와해하기 시작했다"며 "이때부터 강경파가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셰퍼 대사는 "금강산 관광 프로그램은 김정일의 작품이었다"며 "금강산 피격 사건에 대해 북한이 한국에 사과하지 않은 것도 권력이 약화된 김정일을 더 이상 배려하지 않았던 강경파의 태도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셰퍼 대사는 "3년 만에 (평양에) 가보니 신축 건물이 2배 이상 늘었고 자동차, 식당 등이 많이 생겼을 뿐 아니라 외환 거래도 활발해졌다"면서도 "평양을 제외하곤 3년이 지나고 나서도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김정은도 권력층의 환심을 사는 데 막대한 자금을 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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