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된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측근으로 지난 9월 말∼10월 초 중국으로 도피해 망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는 북한의 무기거래와 군수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제2경제위원회 관련 인물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문화일보가 11일 보도했다. 이 인사는 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비자금과 금고를 관장하는 제3경제위원회 업무 일부도 맡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군 상장(한국 중장에 해당) 출신인 이 인사의 담당 업무가 북한 체제 유지와 직결된 것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북한 핵무기나 핵물질에 관한 핵심문서들을 빼돌려 북한을 탈출했다는 첩보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한 대북 소식통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도피 중인 장성택의 측근 인사가 무기거래, 군수품을 담당하면서 외화를 조달하는 제2경제위 관련 업무를 주로 해왔다”면서 “김정은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제3경제위에도 관여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에서는 이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요원들을 중국에 파견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장성택의 측근 인사를 놓고 남북한은 물론 중국과 미국까지 치열한 물밑 외교전을 펼치는 이유는 이 인사가 북한의 무기거래와 군수분야 전문가인데다 최고 통치자의 비자금 내역까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문화일보는 전했다.

이 인사가 업무를 담당한 제2경제위는 노동당 군수공업부 직속기구이자 최고의 권력기구인 국방위 소속으로 무기개발 및 무기거래 등을 담당해왔다.

숙청된 장성택이 김정은의 비자금을 관리해왔고, 공개처형된 측근 리룡하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이 제3경제위, 이 망명 인사가 2경제위를 주로 담당했다는 것이다.

핵·미사일 개발 관련 정보뿐 아니라 김정은 일가의 비자금 관리내역 등의 핵심 정보는 북한의 과거·현재·미래를 파악하고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열쇠이자 김정은 체제의 ‘명줄’이기 때문이어서 관련국들은 이 인사의 신병 확보와 자국으로의 망명을 성사시키기 위해 명운을 걸고 있는 셈이라고 문화일보는 전했다.

실제로 우리 군 정보요원이 관여해온 이유도 이 인사가 북한군 고위인사이면서 제2경제위 관련 분야를 다뤄온 전문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군 영관장교가 이 인사를 제3국을 경유해 비밀리에 한국으로 데리고 오려다 중국 공안에 붙잡혔던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관련 사실에 대해 소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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