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장성택 세력 숙청과 관련해 "북한은 현재 김정은의 권력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숙청을 감행하면서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남북관계가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고 있고 북한의 위협과 정세 변화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위중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장성택 세력에 대한 숙청이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지금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여러 전문가의 분석대로 이것이 김정은 정권의 공고함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고, 반대로 그 취약함을 드러낸 사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성택 숙청을 공표한 당 중앙위 정치국 결정서는 '장성택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행위를 서슴없이 감행했다'고 했다. 장성택이 그간 국방위 부위원장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보면 그가 군 최고사령관 명령에 순순히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김정은이 중국의 극력 반대를 무릅쓰고 3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과정에서 장이 대중(對中) 관계를 고려해 이견(異見)을 제시했을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구절이다.

그런 관점에선 북한 핵 문제의 다음 단계를 주목하게 된다. 북한의 핵 개발 전략상으로는 4차 핵실험이 필수적인 수순이다. 이미 준비도 마친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도 핵실험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중국의 반발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장성택이 그런 중국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는 추정이 옳다면 그의 제거는 북한의 핵 폭주(暴走)를 우려하게 만든다.

북이 천안함을 공격하고 연평도에 포격을 가한 것은 과거의 남쪽 정부와는 달리 이명박 정부가 자신들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판단이 확실해진 다음이었다. 김정은은 올해 봄에 전쟁 위협으로 박근혜 정부를 시험해 보았으나 통하지 않았다. 북으로서는 핵전략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대남 전술도 막혀 있는 지금의 이 상황을 다시 대한민국을 향한 무모한 도전으로 타개하려 할 위험이 있다. '장성택 없는 개성공단'도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장성택 숙청과 같은 시기에 북한의 주요 인사가 중국으로 망명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북한 정권 내부의 불안과 동요는 밖에서 짐작하는 것 이상일 수도 있다. 앞으로 망명 도미노 사태가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북이 이 위중한 상황을 남쪽에 대한 도발로 덮으려 할 가능성은 없는지 주시해야 한다.

공포정치는 복종을 강요할 수는 있어도 승복을 얻어내지는 못한다. 북한 정치국 확대회의 현장에 있었던 그 누구도 장성택이 붙들려 나가는 광경을 보면서 자신과 제 가족의 안전을 자신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에 '장성택 일당'으로 숙청되는 사람이 수만 명에 달하리라고 한다. 북한 체제 내에 폭발의 압력이 더욱 쌓여간다는 말이다. 이번 사태로 김정은 정권이 강해질지 아니면 또 다른 급변사태가 앞당겨지게 될지 속단할 필요는 없다. 어느 경우든 북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급변(急變) 가능성을 품고 있는 체제라는 판단 아래 극단적 상황까지를 염두에 두고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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