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쉐퍼(61) 주북한 독일 대사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실각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독자적인 결정보다는 군부 내 강경파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관측했다.

장성택 실각설이 나오기 이전인 지난달 휴가차 평양을 떠나 독일에서 머물고 있는 쉐퍼 대사는 10일(현지시간) 저녁 베를린에서 전 주한 독일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독한협회 주최의 세미나에서 “북한은 김정은 단일 지도체제가 아니라 집단지도체제로 볼 수 있다”면서 이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그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에서는 권력투쟁 양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중국의 핵심 경로 역할을 하는 장성택이 제거된 것은 군부 강경파들이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쉐퍼 대사는 이어 “김정은이 장성택의 숙청을 전적으로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강경파의 압력에 밀렸을 가능성에 비중을 뒀다.

그는 “지난 2008년 김정일의 건강 악화 이후 북한의 1인 독재 체제가 약화됐고 전반적으로 군부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졌다”면서 “김정은 집권 이후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개방 세력과 위기의식이 커진 군부 내 강경파의 충돌이 장성택 숙청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에 대한 군부 등 권력 핵심부의 존경심이나 충성심이 강하지 않다면서 이번 장성택 실각으로 김정은의 유일 지배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쉐퍼 대사는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북한 대사를 지냈으며, 지난 7월 북한 대사로 복귀했다.

그는 “올해 다시 본 평양의 거리에는 휴대전화, 자동차, 고급 식당들이 늘어났다”면서 “김정은의 권력 세습 이후 엘리트 계층에 혜택을 제공하고 충성심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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