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영상 캡처
유튜브 영상 캡처

북한 억류 42일 만인 이달 7일 풀려난 6·25전쟁 참전(參戰) 미국인인 메릴 뉴먼(85)씨가 자신이 북한에 억류됐던 이유를 자기 나름대로 해명했다.

뉴먼 씨는 9일(현지시각) 귀국 후 낸 성명을 통해 “비자 신청 때와 평양 방문 당시 순진하게도 북한 가이드에게 (6.25전쟁때) 구월산에서 싸운 이들이 살아있는지 묻고, 살아있다면 만나고 싶고 구월산에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면서 “북한에서 나의 호기심을 해로운 것으로 오해(誤解)한 것 같다”고 말했다.

뉴먼 씨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 황해도 등지에서 활약한 반공(反共) 게릴라 부대인 ‘구월산 유격대’의 군사고문관을 지내면서 훈련과 상륙작전을 감독했었다.

뉴먼 씨는 그로부터 60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면서 유격대 관련 생존자를 만날 수 있을지 여부 등 북한 가이드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었고, 그로 인해 열흘 동안 관광을 마친 지난 10월 26일 평양 공항에서 베이징행 여객기에 탑승해 이륙하기를 기다리던 중 간첩혐의로 전격 체포됐었다.

‘반(反)공화국 적대행위’ 혐의로 억류됐던 그는 “북한 사람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한국)전쟁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나는 그 점을 더 신경 썼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뉴먼 씨는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그의 사죄(謝罪) 영상은 협박과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가 사죄하지 않을 경우 간첩 혐의로 15년형이 선고(宣告)될 수 있다고 북한 조사관이 겁박했다는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산타크루즈에 있는 별장(別莊)에서 미국으로 돌아온 다음 첫 밤을 보낸 뉴먼씨는 현지 일간신문인 ‘산타크루즈센티널’과의 인터뷰에서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영상을 통해 했던 말이 내가 했을 법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것"이라며 ”북한이 공개한 사죄문은 자신이 쓴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뉴먼씨가 “6·25전쟁에 참전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와 조선인민에게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사죄문을 읽는 동영상을 지난달 30일 공개했다.

그러나 AP통신 등 외신들은 “사죄문의 영어가 부자연스럽고 문법적으로도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보도했었다.

북한이 공개한 뉴먼씨의 사죄문에는 ‘I want not punish me’ 같은 엉터리 영어 투성이였다

한편, 미국 CNN방송은 북한이 뉴먼 씨의 석방 문제를 미국 정부와 직접 논의했으며, 석방 결정 사실도 직통 전화로 알렸다고 9일 보도했다.

CNN은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미국과 북한 당국자들 간에 뉴먼 씨 석방과 관련한 직접 대화가 오고 갔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뉴먼씨에 대한 석방(釋放) 방침을 미국 측에 전화로 사전(事前)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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