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정권의 2인자였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숙청으로 내각과 공안기관에 대한 행정지도를 담당하던 행정부가 무력화되면서 인사와 조직을 총괄하는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김정은 경호부대인 호위사령부가 신(新) 실세그룹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장성택의 이번 실각은 당 조직지도부와 호위사령부가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조직지도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김정일이 직접 부장을 맡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북한 내 최고 권력기관이다. 그러나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권력이 장성택 쪽으로 급격히 쏠렸고 조직지도부는 약화됐다. 특히 김정일의 최측근으로 김정은 3대 승계를 뒷받침하던 리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2010년 교통사고로 숨지자 조직지도부는 급격히 위축됐다. 북한 내부에서는 리제강의 사망에 장성택이 개입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대북 소식통들은 "이 때문에 조직지도부 내에서는 장성택에 대한 반감이 컸고, 오래전부터 장성택에 대한 반격을 준비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제2의 리제강'으로 불리는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민병철 조직지도부 부부장, 박도춘 군수담당 비서 등은 김정은의 3대 세습을 위해 김정일과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가 직접 선발한 당의 '삼두마차'로 꼽힌다.

김정은의 경호부대인 호위사령부도 장성택 숙청을 주도하면서 부상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호위사령관인 윤정린 상장이 장성택 계열 사람들의 '종파(宗派)' 혐의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에게 보고했고 이게 김정은에게까지 보고됐다"며 "호위사령부가 리룡하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 등 장성택 세력을 숙청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장성택 숙청으로 행정부는 해체돼 조직지도부에 흡수·통합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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