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정치국 확대회의 현장에서 체포된 장성택은 11년 전인 2002년 10월 26일 북한 고위 경제 시찰단의 일원으로 서울에 온 적이 있다. 고려항공 전세기 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해 8박9일간 남쪽에 머물렀다. 서울에서 그의 모습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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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을 안내했던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호텔에서 거의 매일 고급 양주로 폭탄주를 마셨고 아침에 늦잠을 자기 일쑤였다. 장성택은 방문 이튿날인 27일 일요일 아침 일정부터 지각했다. 북한의 고위 경제 시찰단은 27일 오전 8시 25분 숙소인 서울 신라호텔을 출발해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롯데제과를 방문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일정에 박남기 시찰단장(국가계획위원장)은 참석했으나 장성택은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2년 서울의 장성택… 2002년 10월 26일 남한 경제를 보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장성택(왼쪽 뒤에서 셋째)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경제 시찰단이 김재철(오른쪽 맨 앞) 당시 한국무역협회장과 함께 서울 삼성동 코엑스를 둘러보고 있다. /김진평 기자
2002년 서울의 장성택… 2002년 10월 26일 남한 경제를 보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장성택(왼쪽 뒤에서 셋째)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경제 시찰단이 김재철(오른쪽 맨 앞) 당시 한국무역협회장과 함께 서울 삼성동 코엑스를 둘러보고 있다. /김진평 기자
롯데제과 최경인 이사는 "당시 문서에는 북측 관계자가 18명이 참석했다고 돼 있지만 장성택은 공장에 오지 않았다"며 "(내가) 직접 사진을 찍었는데 장성택은 사진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 일정은, 과자 공장은 북한에도 있으니 술 먹고 늦어도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나머지 시찰단은 오전 8시 55분쯤 롯데제과 본사에 도착했다. 전날 만찬에서 과음을 했던 탓인지 약 15분간에 걸친 회사 소개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북측 시찰단은 롯데제과 측이 제공한 과자와 생수, 사이다, 스틱형 초코과자 등에는 일절 손대지 않고 따뜻한 차만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북측은 롯데제과에서 50분가량 머물렀다. 공장 시찰을 마친 후 롯데제과 한수길 당시 대표는 공장 앞에서 북측에 과자 종합선물세트와 양주 한 박스를 박남기 단장에게 전달했다. 북측은 답례품으로 '꽃과 박새'라고 적힌 벽걸이용 칠보 액자를 증정했다.

북한 경제 시찰단은 도착 첫날인 26일 오후 서울 삼성동 무역협회를 방문하고, 저녁에 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했다. 장성택은 그 당시에 서울 강남의 술집에도 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집에선 양주를 마셨고 우리 측이 만든 폭탄주도 몇잔 마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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