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을 전격 숙청함에 따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이복(異腹兄)인 김정남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성택 숙청의 이유로 내세운 ‘반당·반혁명 종파행위’와 ‘자본주의에 물든 부화타락’ 혐의는 홍콩·싱가포르·마카오 등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체제 비판을 공개적으로 해 온 김정남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북한 전문가들은 “장성택 숙청이 김정은 1인 지배 체제 가속화를 위한 ‘곁가지’ 쳐내기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김정남에 대한 신변 위협도 커질 수 있다”며 “김정남이 체제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제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평양의 김정남 세력을 급습했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한때 망명설도 돌았다.

김정남은 2001년 5월 위조 여권을 갖고 일본에 밀입국하려다 체포된 후 중국, 러시아, 홍콩, 마카오 등을 떠돌고 있다.

김정은의 견제로 2011년 12월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식에도 김정남은 참석하지 못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후(死後)에는 장성택·김경희 부부가 김정남의 신변 보장에 일정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희가 지난해 10월 싱가포르를 방문해 김정남을 극비리에 만났으며, 장성택이 김정남에게 체제 비판을 자제할 것을 충고했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이 때문에 장성택이 숙청되면서 김정남의 북한 내 입지는 거의 사라졌다는 분석이 상당하다. 중국이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신빙성이 높지는 않다. 어쨌든 김정남의 미래는 밝다고 보기 힘든 셈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친형(親兄)인 김정철은 일찌감치 후계 구도에서 밀려난 후 정치적 역할이 베일에 가려 있다.

김정철이 장성택 체포를 주도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의 정치적 야심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편, 정부 관계자는 10일 “김정남의 현 소재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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