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이 최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반당·반혁명·종파 혐의를 받고 보안원들에게 끌려나가는 모습이 북한 TV와 신문으로 보도된 가운데 고모 김경희가 자신의 남편인 장성택의 체포를 승인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또 김정은이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을 강조하기 위해 고모부까지 내칠 만큼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앞으로 최룡해의 영향력도 오래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인터넷 매체 ‘데일리안’이 10일 보도했다.

북한 내부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젊은시절부터 여자 문제로 속 썩이던 장성택에 대해 김경희의 신임이 없어진 지는 오래됐지만, 이번에 김경희의 최종 승인이 없었다면 장성택을 공개적으로 체포해 끌고나가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2002년 인민보안부 35국 사건으로 장성택이 실각한 뒤 2004년 다시 복귀됐지만 김정일은 그때부터 장성택에게 모든 간부사업에 개입하지 말고 자신의 현지지도에만 동행시켜왔다”면서 “그런 상황에서도 장성택은 김정일과의 처남매부지간을 이용해 이익사업을 벌여 개인적인 부를 축적하는 등 사실상 북한당국에서 볼 때 많은 비리를 저질러왔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이미 장성택의 비리에 연루된 측근들이 처형되는 사건도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간부들 사이에선 장성택을 두고 ‘곁가지’라 부르면서 멀리하는 풍조가 생겨났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장성택은 김정일이 살아 있을 동안에는 아첨을 해서라도 자리를 보존할 수 있었지만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로 점차 어린 조카에게 훈수를 두려는 등 김정은의 지시를 무시하려는 경향이 커지면서 이번에 완전히 숙청된 것으로 보인다”고 데일리안이 전했다.

데일리안은 이와 함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에서 그동안 장성택도 여러차례 숙청당한 적이 있는 데다 주변인물들이 숙청당하거나 총살당한 일도 반복되어온 만큼 장성택은 언젠가는 제거당할 대상이라는 예견이 많았다”면서 “김정은은 고모부인 장성택마저 공개적으로 숙청시키는 ‘공포정치’를 구사함으로써 유일지배체제를 구축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인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0일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장성택의 해임을 결정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소식이 전체 당원과 주민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민들의 발언을 소개하고 있다. 이 중 평양화력발전연합기업소의 리영성 열관리공이 “당장이라도 장성택과 그 일당의 멱살을 틀어잡고 보이라(보일러)에 처넣고 싶다”고 한 주장을 그대로 실을 만큼 장성택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은 또 북한내 유력 소식통들의 발언을 인용, “김정은이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을 강조하기 위해 고모부까지 내칠 만큼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했다면 앞으로 최룡해의 영향력도 오래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룡해의 자리가 위험한 이유에 대해 소식통은 “장성택이 숙청된 여러 이유 가운데 남한을 비롯한 해외 언론들이 그를 ‘섭정왕(王)’으로 묘사하고 이 때문에 장성택이 불손해진 측면도 없지 않은 만큼 장성택 제거 이후 실질적인 2인자로 부각된 최룡해가 그대로 수순(手順)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며 “무엇보다 단 하루도 군사복무를 하지 않은 최룡해에 대한 군부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점에 그도 무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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