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망 해킹 가능성을 두고 벌이는 중국 화웨이와 미국 정부의 싸움에 LG유플러스(032640) (10,000원▼ 500 -4.76%)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이미 광대역 LTE망 구축을 위해 화웨이 장비가 납품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을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주요 외신들은 3일(현지시각) 미국 상원 의원들이 한국과 같은 동맹국이 중국 화웨이의 장비를 쓰게 되면 기밀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어 국가 안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그래픽=박성우 기자
/그래픽=박성우 기자

다이앤 페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 등이 보낸 서한에는 “화웨이가 한국의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트(LTE) 통신 기간망 공급자로 선정됐는데 잠재적인 안보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LTE 기지국 장비 공급업체 중 하나로 중국 화웨이 장비를 선정한 LG유플러스를 직접 겨냥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화웨이와 미국 정부간의 갈등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웨이는 2008년 미국 컴퓨터 장비 제조업체 쓰리컴 인수에 나서면서 미국 진출을 노렸다. 하지만 화웨이는 미국 정부가 보안 기술 유출 가능성을 조사하면서 인수를 포기했다. 2년 후인 2010년에도 미국 주요 통신사인 스프린트 넥스텔 설비 납품 입찰에 참여했으나 또 다시 무산됐다. 더구나 미국 정부는 올해 3월 국방수권법을 제정해, 주요 기간망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시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화웨이(華爲)로부터 2.6㎓ 롱텀에볼루션(LTE) 기지국 장비를 도입하겠다는 LG유플러스(032640) (10,000원▼ 500 -4.76%)의 결정이 다시 한번 논란이 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자사의 통신설비를 공개하는 등 해킹 논란에 대해 진화에 나선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가 통신 장비를 도입하면서 장비에 몰래 설치한 해킹 부품이나 소프트웨어를 찾아내는 검수 절차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10월 노세용 LG유플러스 네트워크본부장 전무가 화웨이 장비도입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LG유플러스 제공
올해 10월 노세용 LG유플러스 네트워크본부장 전무가 화웨이 장비도입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LG유플러스 제공
노세용 LG유플러스 전무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통신장비 업체들이 정보유출을 꺼려하는데다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원본)를 달라고 하는 것은 그 회사의 기술을 보여달라는 얘기와 똑같다”며 “납품 받은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대해 비파괴검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직접 제품을 드러내거나 소스를 확인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LG유플러스가 화웨이에서 납품 받은 장비에 대한 신뢰성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화웨이 장비에 부착된 칩이 어떤 작업을 수행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장비 제조사가 공급하는 장비의 패치다. 올초 발생한 3.20 사이버테러 역시 패치 시스템을 통해 악성코드가 유포되면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패치는 장비 제조사가 장비에 기능을 추가하거나 제어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측은 “원격접속은 불허하고 해당 장비 제조사 직원이 직접 상암센터에 와서 패치를 전달해 우리 직원이 설치하기 때문에 패치에 대한 보안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패치에 대한 소스를 받아 프로그램을 검증하는 절차는 밟지 않고 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LG유플러스의 주장은 대단히 위험하고 안일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비의 구조와 장비에 설치된 소프트웨어, 패치에 대해서 철저한 분석이 없다는 것은 결국 문제가 터진 이후에나 상황을 파악하겠다는 의미”이라며 “최근 해킹은 문제가 터지기 전에는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해킹을 당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사 보안담당 임원은 “LG유플러스가 주장하는 외부 망과의 분리는 금융사도 적용하고 있는 보안체계지만 금융사도 해킹 당하는 상황에서 보안을 호언장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화웨이 제품을 사용할 경우 비용을 최대 50% 이상 절약할 수 있지만, 금융도 기간망에 해당되기 때문에 비싸지만 검증된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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