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겨울 내내 이것만 먹는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 있지요. ‘반철농량’, 바로 김치인데요, 하지만 물 부족을 겪고 있는 평양주민들은 김치 담그기를 전투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김장전투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되어오지만, 아직도 김치를 담그지 못한 집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얼마 전 평양을 다녀왔다는 평안북도의 한 주민은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김치를 아직도 담그지 못한 집들이 있다”며 그 주된 이유를 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이 주민은 “지난 11월 초부터 평양시 주민지구에 대한 전기 공급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면서 “고층 아파트가 많은 문수지구에서는 물이 없어 김칫감을 씻지 못할 형편”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시 아파트들은 수원지에서 끌어온 물을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양수기를 통해 옥상까지 올린 다음 각 가정에 배분하는 체계입니다.

하지만, 전기 부족으로 아래에 있는 물을 끌어올리지 못해 13층에 사는 주민들은 배추나 무를 씻기 위해선 바닥까지 내려와야 할 형편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자, 각 아파트에서는 물을 달라고 저마다 양수기 운전공에게 뇌물을 건네는가 하면 운전공들도 뇌물을 준 아파트만 물을 공급하는 편법이 살아나 주민들의 불만이 커진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그는 “언제부턴가 인민반장들이 동 주민들한테서 돈을 모아 술과 담배를 사서 상하수도 사업소에 주는 관행이 생겼다”면서 “이젠 양수기 운전공들도 뇌물 받는 직업이 되었다”고 씁쓸해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김치 공장에서 김치를 만들어 식품마트(식료품 상점)에 공급하고, 주민들은 거기서 조금씩 사 먹을 수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겨울 내 먹을 김치를 집에서 직접 담가야 합니다.

더구나 부식물이 별로 없는 북한에서 김치가 ‘반철 농량’으로 되기 때문에 식구 많은 집에서는 보통 수백 킬로그램 정도를 담가야 겨울을 날 수 있다고 복수의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평양에서 물 고생이 심각한 지역은 광복거리 고층 아파트 지구로 알려졌습니다.

이 평북도 주민은 광복거리에 사는 자기네 친척은 30층 아파트에 물이 나오지 않자, 온 가족이 김치 감을 등에 지고 멀리 수원지까지 가서 씻어온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광복거리에 사는 주민들은 김치를 하자면 절인 배추를 지고 30층을 서너 번 오르내려야 한다며 김장때마다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한편, 만경대구역에서 생활했던 또 다른 탈북자는 김장철에 어쩌다 물이 나오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그릇이란 그릇을 다 동원해 물을 받아놓는데, 자기는 술잔에까지 받을 만큼 물 고생이 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탈북자는 북한에서 과거 김치를 담글 때 옆집끼리 서로 도와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관행이 점점 사라진다며, 살기 어려워지자 옆집끼리도 멀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워싱턴- 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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