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암담한 현실을 풍자하는 우스갯말들이 끊임없이 생성되는 가운데 최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간부들을 빗대어 조롱하는 우스갯말들이 새롭게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1일 RFA의 보도에 따르면 함경북도의 소식통은 “최근 들어 ‘간부가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자질’이라는 유머가 새롭게 유행하고 있다”며 함경북도 뿐만 아니라 평양시를 비롯해 많은 주민과 대학생 사이에서 “‘지도원’이 돼야 살 수 있다, ‘지배인’이 되면 살기 어렵다”는 우스갯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도원’은 ‘지’위가 있어도 ‘도’둑질을 잘 해야 돈(원)을 벌수 있다는 뜻으로 양심적으로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는 북한 간부계의 현실을 비판하는 말이며, ‘지배인’은 ‘지’위가 있고 ‘배’운 것이 있어도 ‘인’정에 사로잡히면 간부 자리를 지켜낼 수 없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또 다른 함경북도의 소식통은 “‘마식령속도’가 창조된다는 ‘마식령’은 바라만 봐도 탄식이 절로 난다는 의미에서 ‘탄식령’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며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곳을 뜻하는 ‘공동변소’를 ‘간부사택’이란 은어로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젊은이들속에서 김정은이 흔히 ‘왕두령’이라는 별칭으로 통하고 있다”며 “‘왕두령’은 ‘조선의 별’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앞뒤를 분별하지 못하고 무지막지한 행위만 일삼는 마적단 두령의 이름”이라고 얘기했다고 RFA는 전했다.

또 “김정은을 ‘장군님’이라 부르지 않고 그 아내(리설주)의 이름을 따 ‘설주남편’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다”며 “이런 우스갯말들을 다 알게 되면 이곳(북한)의 민심이 어떤지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에서는 “물, 불, 쌀, ‘ㄹ’자 받침이 들어간 건 다 말썽이다”, ‘3부’가 돼야 잘 살 수 있다”라는 말이 오랜 기간 유행했다고 한다. 물과 땔감, 식량 걱정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의 고단한 삶을 풍자한 얘기다. 또 ‘3부’라는 말은 간부, 과부, 어부를 가리키는 말로 그 속엔 부패한 관료의 부정행위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여성의 매음행위, 어부들이 목숨을 걸고 불법어로를 해야만 돈을 벌수 있는 출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RFA는 “이런 말도 이젠 구식으로 밀려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며 “대신 김정은 정권과 간부들을 비난하는 새로운 우스갯말들이 만들어져 크게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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