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核 타결로 본 北核 전망]

美, 이란과 1년간 물밑 조율
北은 미국과 약속 번번이 파기… 당장은 대화보다 압박 전략

이란 핵개발 전면중단 않고 저농축우라늄 생산은 허용… 향후 北核협상서 논란될 소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4일(현지 시각) CNN방송에 출연해 "이란과 북한은 다르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이란 핵 협상을 타결했지만 국제사회 일각과 미 의회에서 "이란도 결국 북한처럼 비밀리에 핵개발을 추진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오는 데 대한 대응이다. 케리 장관은 "이란은 핵확산방지조약(NPT) 회원국이고 협상에 임했으며 일부 시설에 대해 상시적 사찰을 수용하고 공개적으로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반면 북한은 이미 핵실험을 했고 비핵화 정책을 선언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북핵을 다루는 방식은 이란 핵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미국, 북한보다 이란이 우선

미국이 이란과 북한을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다르다. 미국은 이란 핵 협상이 열린 스위스 제네바에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을 협상 대표로 보냈다. 협상 타결 조짐이 보이자 케리 장관이 제네바로 날아가 막판 동력을 보탰다. 여기에 이란과 막후 협상을 진행했던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도 모습을 드러냈다. 국무부의 '넘버 1·2·3'가 모두 나선 것은 이란 문제에 그만큼 관심이 많을 뿐 아니라 '성과물'이 나올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이 기대대로 미국 등은 이란에 70억달러 규모의 제재 완화를 제공하는 대신 5% 이상 농축우라늄 생산을 중단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합의문을 도출해냈다.

이란 수도 테헤란의 메라바드 공항에서 24일 시민들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협상을 타결하고 귀국하는 대표단을 환영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협상 타결을 축하했다. /AP 뉴시스
이란 수도 테헤란의 메라바드 공항에서 24일 시민들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협상을 타결하고 귀국하는 대표단을 환영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협상 타결을 축하했다. /AP 뉴시스

반면 북핵 문제는 차관보급의 대북 정책 특별 대표에게 맡겨둔 채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다. 지난 4월 클리퍼드 하트가 물러나면서 공석이 된 6자회담 특사 자리는 반년 넘게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았다. 사실상 폐지된 셈이다. 미 행정부 내에는 "북핵 문제는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북핵 관련 자리를 기피하려는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또 번스 부장관 등은 오바마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지난 1년여간 이란과 양자 대화를 하며 물밑 조율을 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번스 부장관이 올해 오만 등 제3국에서 이란 고위 관료와 최소 5차례 극비리에 만나면서 핵 협상 기반을 쌓는 작업을 해왔다"고 전했다.

북한은 이와 다르다. 북한도 이란처럼 미국과 직접 협상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지고는 있다. 미국은 과거 미·북 대화를 통해 사실상 협의를 끝내고 6자회담에서 이를 추인받는 방식을 썼다. 하지만 북한은 양자 대화에서 했던 약속을 깨고 미국 뒤통수를 치는 일을 되풀이했다. 이 때문에 현재는 미·북이 따로 만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신뢰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과도 이란과 했던 것 같은 물밑 양자 대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금 미국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는다"며 "북한에 대해서는 당장은 '대화'보다 '압박'이 전략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핵 협상은 훨씬 복잡한 문제

이란과 북한은 핵확산방지조약(NPT)에서도 차이가 난다. 이란은 NPT 체제 안에 들어와 있으면서 핵무기 개발이 아니라 핵의 평화적 이용을 추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은 2003년 NPT를 탈퇴하고 올 들어 '핵보유국'임을 대외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또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일일 정기 사찰을 받기로 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이란과 달리 이미 핵개발의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는 점 때문에 협상이 훨씬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북한은 이미 세 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해 핵무기를 개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은 핵 폐기 절차가 훨씬 복잡하다"며 "농축 중단뿐 아니라 탄두화 기술, 소형화 기술, 기폭장치, 핵실험 기술 등을 모두 비가역적으로 불능화시켜야 하고, 이미 개발된 핵폭탄에 들어가는 플루토늄을 처분·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란 핵 협상에서 핵 활동 자체를 전면 중단하는 조치가 포함되지 않은 점은 향후 이뤄질 북핵 협상에서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이란은 이번 합의를 통해 "평화적 목적의 저농축우라늄 생산 권리를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6개월 후 최종 합의에서도 이런 상태가 유지된다면 북한도 향후 협상에서 '이란 사례'를 들며 저농축우라늄 생산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 농축을 할 수 있다면 관련 시설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이는 언제든지 핵무기 개발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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