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核 협상 타결… 오바마 "안전한 세계, 새 門 열어"]

이란은 우라늄 농축 중단하고 석유禁輸조치 해제 등 얻어내
이란 "核농축권 인정받아" 주장… 일부선 北처럼 눈속임할까 우려

국제사회 관심 향후 北에 집중… 이란·北 핵커넥션도 끊기게 돼 김정은에 심리적 압박효과 클듯
"오늘 '외교'는 더 안전한 세계를 위한 새로운 길의 문을 열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4일 이란 핵협상이 타결된 직후 백악관에서 생중계된 성명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뿐 아니라 세계 안보의 최대 위협 중 하나로 꼽혀온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첫단추를 끼웠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미 언론들도 모두 '역사적 합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과거 북한 핵협상처럼 이번 합의도 향후 6개월 동안 세부 상황 이행 과정에서 틀어질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며 섣부른 낙관을 경계했다.

◇초강력 제재에 이란 마침내 손들어

미국 등은 이번 합의로 이란에 향후 6개월간 20% 농축우라늄 중화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의 일일 사찰 허용 등의 의무를 부과했다. 제대로 이행된다면 핵개발 능력을 실질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조치다.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할 첫 단추가 끼워졌다. 이란과‘P5+1’(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은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란이 향후 6개월간 핵개발을 억제하고, 미국 등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의 핵협상을 타결했다. 존 케리(가운데) 미 국무장관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왼쪽) 이란 외무장관이 협상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AP 뉴시스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할 첫 단추가 끼워졌다. 이란과‘P5+1’(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은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란이 향후 6개월간 핵개발을 억제하고, 미국 등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의 핵협상을 타결했다. 존 케리(가운데) 미 국무장관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왼쪽) 이란 외무장관이 협상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AP 뉴시스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이란이 이런 합의를 받아들인 것은 국제사회의 고강도 경제 제재를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폐쇄 사회인 북한은 외부 제재의 영향을 덜 받지만 훨씬 개방적인 이란은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합의로 이란산 석유 수입 금지 조치가 완화되고, 이란이 해외에 보유 중인 자산 42억달러를 회수할 수 있다.

이행 과정서 합의 깨질 가능성도

이란이 북한처럼 일시적 눈속임으로 제재 해제를 얻어낸 뒤 물밑에선 핵개발을 계속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미국 등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IAEA의 사찰 등 여러 장치가 있지만 이란의 의무 이행을 100% 감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합의문에 규정되지 않은 세부 사항 이행 과정에서 수많은 돌발변수가 나올 수 있다.

이미 갈등의 씨앗도 보이고 있다. 합의 직후 이란 측은 "(평화적 목적의) 핵(우라늄) 농축 권리를 인정받았다"고 했지만,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란의 핵농축 권리를 용인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미국 등은 "제재 완화가 제한적·한시적인 조치이고 (제재 수위를) 바로 원상 복구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 타깃은 북한… 압박 클 듯

이번 합의는 향후 북핵 협상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핵 불량국가'의 양대(兩大) 축에서 이란이 빠지면 북한은 더욱 쫓기는 입장이 된다. 이란과 북한의 핵·미사일 커넥션도 사실상 끊겨 북한의 고립도는 더 심화될 수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란에서 문제가 순조롭게 풀리면 미국의 관심과 외교 역량은 자연스럽게 북한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얻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좀 더 대범한 접근법을 쓸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도 "북핵 해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국제적 관심과 비판이 북한에 집중되면서 김정은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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