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6개 관련국(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간의 핵 협상이 타결됐다. 양측은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을 갖고 이란이 농도 20% 농축우라늄의 재고 전량을 농축도 5% 미만으로 중화해 무기 용도로 쓰지 못하게 하는 데 합의했다. 또 5% 이상 농축한 우라늄 생산 중단과 관련 장비 제거, 원심분리기 추가 설치 금지, 주요 핵 시설에 대한 IAEA 일일 사찰, 플루토늄 원자로 건설 중단에도 합의했다. 국제사회는 그 대가로 이란에 석유·금융 등에 대한 제재 조치 완화로 70억달러 규모의 이익을 주기로 했다.

물론 이 합의는 앞으로 6개월간의 잠정적 합의일 뿐이다. 이란도 북한처럼 치고 빠지는 식의 핵 게임을 시작한 것일 수도 있다. 당장 이스라엘은 "북한과 했던 것 같은 나쁜 합의"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위한 중대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한 것처럼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이 한발 뒤로 물러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가 이란 핵 협상 타결 소식에 착잡해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북한이 이란과는 완전히 다른 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북은 이미 세 차례나 핵실험을 했다. 오랜 고립으로 제재에 대한 내성(耐性)도 생겼다. 북과는 합의문도 소용이 없다. 9·19, 2·29합의 등 핵 개발 중단과 폐기를 담은 문서가 모두 헛것이 됐다. 이제 김정은은 핵 보유와 경제개발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호언까지 하고 있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 해도 북이 핵을 고도화하는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이란에서 보듯 국제사회의 일치된 압력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슬람 종주국 격인 사우디아라비아마저 이스라엘과 뜻을 같이할 정도로 모두가 이란의 핵 개발 저지를 위해 뭉쳤다. 이란과 협상에 참여한 중국과 러시아가 지금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갖고 확고하게 대처하면 북한도 결국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북의 4차 핵실험을 막는 것이다. 중국은 북의 4차 핵실험을 금지선으로 설정하고 만약 이 선을 넘을 경우 북의 체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북한 정권에 인식시켜야 한다. 중동의 급한 불은 꺼졌지만 동북아에선 여전히 대재앙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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