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이래 약 4주간 북한에 억류중인 메릴.E. 뉴먼(85).©로이터=News1 배상은 기자
지난달 26일이래 약 4주간 북한에 억류중인 메릴.E. 뉴먼(85).©로이터=News1 배상은 기자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의 미국인 메릴 뉴먼의 북한 억류 사실을 최근 미국 정부가 확인했다.

미 정부가 뉴먼 석방에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으로 뉴먼이 북미협상 재개 등과 관련된 또다른 북한의 '인질'이 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북한은 미국의 영사보호권을 대리하고 있는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미국 시민을 억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개인의 동의없이 해당 인원에 대한 정보를 일반에 공개할 수 없도록 한 개인정보보호법(Privacy Act)에 따라 구체적인 신원은 밝히지 않았지만, 사실상 뉴먼 씨의 북한 억류 사실을 정부 차원에서 확인한 것이다.

뉴먼의 북한 억류를 인정한 이상 미국 정부도 공식적으로 뉴먼 석방 노력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고 북한 입장에서 보면, 뉴먼씨를 사실상 북미 간 협상의 매개체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것이다.

1년 넘게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다.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배씨 석방을 위해 방북할 가능성이 올해 내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킹 특사의 방북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 8월 미측은 킹 특사의 방북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북한이 킹 특사의 방북을 전격 철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었다. 미국이 한미연합훈련 기간 전략폭격기를 출격시켰기 때문이라는 게 북측의 주장이지만, 이보다는 아무래도 북핵 6자회담 재개 논의 교착과 더 관련이 있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올해 한·미와 북·중을 중심으로 북핵 6자회담 재개 논의를 이어왔지만, 결국 양측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으로선 배씨를 석방해줄 이유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북미 간 대화 재개 논의가 활발하지 못한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은 배씨에 이어 뉴먼에 대해서도 역시 북한이 협상 카드로서 활용 가치를 두려고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다만 뉴먼이 젊은 나이의 배씨와는 달리 85세 고령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장기간 협상 카드로 이용하기엔 부담도 적지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병까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뉴먼을 계속해서 억류하는 것은 북측 입장에서도 위험 요소일 수 있다. 억류 기간 뉴먼이 사망하는 경우 협상카드 활용은 커녕 오히려 북미관계가 극도로 악화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도 80대 노인 억류와 관련해서는 북한이라 할지라도 국제사회의 눈초리가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북한이 배씨의 모친 방북을 일시 허용한 것도 이같은 국제사회의 여론을 조금이나마 무마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이 뉴먼 억류 건에 대해 한달째 침묵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측면에서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